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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18. 2023

멕시코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바깔라르에 빠지다

5월 16~17일 이틀간 일곱 빛깔 호수에서 헤엄치다

툴룸에서 남쪽으로 3시간가량 달리니 유카탄반도 남쪽 끝 바깔라르 호수에 도착했다. 바깔라르는 일곱 빛깔로 빛나는 담수 호수로 유명하다. 얼마 전 tvN이 방영한 <서진이네>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숙소로 가는 도로 옆으로 나란히 달리는 호수를 보면서는 일행은 탄성을 질렀다. 직선주로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본 호수의 빛에 홀렸다. 서둘러 체크인한 뒤 호숫가로 나갔다. 호숫가를 따라 줄지어 들어선 사유지 탓에 호수로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차를 타고 5분가량 달려 공용 해변으로 나갔다. 쪽빛 물이 하얀 모래 바닥에 풀리면서 가까운 곳은 연하디 연한 푸른빛으로 따뜻하고 멀리는 수심이 깊은지 쪽빛 물이 층을 이루며 뻗어나갔다. 호수 반대편에는 짙은 녹음으로 덮인 숲이 지평선을 대신했다.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그라디에이션처럼 물빛이 변하고 그 끝에는 푸른 숲이 얇게 뻗고 그 위로 연한 하늘색 하늘을 배경 삼아 하얀 뭉게구름이 곳곳에 흩어졌다. 그곳 호수에 누우면 햇빛은 얼굴 가득히 쏟아지고 하늘빛에 눈이 시리다. 

호수 물이 따뜻해 수영하기 좋다. 햇빛이 따갑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물놀이하기 쾌적한 수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호수 가운데로 나가면 찬물이 쓱하고 몸을 감싸고 나가면서 수심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호수 가운데까지 나아가도 물이 목까지밖에 차지 않는다. 더 나아가 쪽빛 호수까지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위험할 듯해 눈으로만 쪽빛을 즐기고 이내 누워 하늘을 보며 배영으로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호수 깊숙이 가면 사방이 나 혼자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쾌적한 호수를 홀로 차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천국을 닮은 곳이리라. 

일행 중 물 공포증이 있는 친구가 있어 선착장 근처에 정박되어 있는 배에서 구명조끼와 구명튜브를 구해와 발로 일어설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발이 닿지 않는 곳을 지나야 수심이 낮은 곳까지 갈 수 있었는데 한번 물에 빠져 죽을뻔한 기억 탓에 이 친구는 구명조끼를 입었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구명튜브까지 가져와 몸에 끼고 나서야 호수 가운데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수심 1.5m 미만이라 서 있을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해프닝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수영 배우던 때를 생각했다. 당시 수영강사 팔을 하도 세게 잡는 바람에 팔에 멍이 들게 한 기억이 떠올랐다. 수영을 2년 이상 배운 덕에 지금이야 물 공포증에서 벗어났지만 나도 그전에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간이 그런가 보다. 그리 쉽게 옛일을 잊는다. 그 친구가 물 공포증에서 벗어나 눈이 시릴정도로 아름다운 호수에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왔다. 호수 가운데까지 나아가 구명 튜브에 의존해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나는 조금 더 나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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