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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19. 2023

비 오는 세노테에서 한때 머릿속에 새기다

5월18일(목) 바야돌리드 산체 세노테에서 즐긴 빗속의 물놀이

바깔라르를 떠나 바야돌리드로 향했다. 북쪽으로 300km 떨어진 곳이다. 차로 3시간 달리니 인구 1만 명가량이 사는 마을, 바야돌리드에 도착했다. 바야돌리드는 스페인 식민도시로 메리와 칸쿤 사이에 있다. 마야 대표 유적지 치첸유사와 가깝다. 숙소에 체크인하자마자 우리 일행은 두 패로 나뉘었다. 준수는 마야 유적지 악발람을 보러 갔고 나와 성재는 악발람 옆 산체라는 세노테로 향했다. 


산체는 툴룸에서 갔던 그란데 세노테보다 상상했던 세노테에 가까웠다. 하늘이 뚫린 동굴 아래로 수심 15m, 지름 30m 물이 고여 있었다. 세노테에 누우면 뻥 뚫린 동굴 지붕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물아래를 보면 깊은 어둠이 수심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어린아이들은 겁도 없이 상당히 높은 다이빙 대에서 소리를 지르며 연거푸 떨어진다. 세노테를 가로지르며 헤엄을 쳤다. 검은 물고기들이 세노테에 가득하다. 검은 몰고기들과 어울려 세노테를 오가다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굴 속 깊은 우물 같은 곳에 비가 쏟아져 내렸다. 세노테 마감시간 30분가량을 남긴 4시 30분이다 보니 세노테에는 나와 성재, 시카고 출신 마이크와 그의 여자친구 4명이서 비 오는 세노테를 풍덩 거리며 놀았다. 

성재가 상당한 용기를 내 제법 높은 다이빙대에서 두 번이나 뛰어내렸다. 수영이 익숙하지 않아 물은 먹었지만 뛰어내린 뒤 의기양양하며 오는 모습이 근사했다. 마이크 강의에 맞춰 낮은 곳에서 두어 차례 다이빙 자체로 입수했지만 해본 적이 없다 보니 온몸으로 물이 받고 들어가다 보니 가슴과 복부과 따가웠다. 세노테 가운데 떠서 동굴 지붕으로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중에 멕시코를 떠올리면 바야돌리드 세노테에서 비를 맞으며 헤엄치는 모습이 생각날 게다. 머릿속 깊이 새겨 오랫동안 잊지 싶지 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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