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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24. 2023

마그마 내뿜는 활화산 보러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오다

5월23일(화) 18세기 바로크풍 건축물 즐비한 스페인 식민도시

멕시코 칸쿤에서 멕시코시티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과테말라 안티구아로 향했다. 페루에서 체력을 소진해 아카테낭고 활화산 투어는 포기했다. 멕시코에서 호수나 세노테 위주로 돌면서 쉬다 보니 체력이 회복됐다. 활기를 되찾자 렌터카 타고 편안히 여행하는 게 지루해졌다. 그러다 아카테낭고 활화산 투어를 다녀온 이들이 한결같이 매우 아름다워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라며 과테말라행을 부추겼다. 바야돌리드 숙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전날 봤던 용암을 분출하던 푸에고 화산이 떠올랐다. 아카테낭고 화산에 오르면 맞으면 푸에고 화산의 폭발을 볼 수 있다. 침대보를 젖히며 과테말라에 가서 활화산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티구아 도신에 있는 관광 명소 산타 카탈리나 아치

항공편으로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로 들어가서 바로 안티구아로 향했다. 공항에서 15달러 주고 밴을 탔다. 미국 휴스턴에서부터 멕시코 거쳐 과테말라까지 자전거로 여행하는 일본인 유세를 만났다. 유세는 자전거가 고장 나서 멕시코시티로 가서 새 자전거를 주문한 뒤 항공편으로 과테말라시티를 거쳐 안티구아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밴에서 동양인이라고는 둘밖에 없다 보니 한일 양국도 이웃이라고 안티구아까지 가는 내내 떠들었다. 과테말라시티에서 안티구아로 가는 밴 안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꼴이라니. 

라 메세드라 교회 중장에 있는 분수

숙소에서 짐을 풀자마자 걸어서 서 15분 거리 떨어진 투어사로 가서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1박 2일 아케테낭고 투어와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는 아티틀란 호수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다. 아케테낭고 화산 투어는 아침 일찍 안티구아를 출발해 아카테낭고 화산을 걸어서 올라 건너편 푸에고 화산을 보는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도 3000m 넘는 산악을 걸어 올라가는데 4km 트레킹 하는 동안 1km 넘게 치고 올라가야 하므로 매우 힘든 코스다. 식수 3리터와 음식, 방한 장비를 가져가야 하는 터라 등반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다. 

라 메세드라 교히 정문. 화려한 바로크풍 건축물로 유명하다. 

3600m 고지에 설치된 베이스캠프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새벽에 일어나 푸에고 화산의 분출을 지켜본다. 일부는 푸에고 화산으로 넘어가 발목까지 묻히는 화산재를 밟고 용암 가스를 마셔가며 분화구로 향한다. 아카테낭고 화산에 오른 뒤 컨디션을 보고 푸에고 화산으로 갈지 여부를 결정할 거다. 매우 힘든 구간이라 가는 이가 적어 푸에고 화산 등정은 무산되는 일이 많다. 최소 3명 이상이 모여야 가이드가 푸에고 화산으로 출발한다. 

스페인 식민도시로서 중세 스페인 건축 양식이 보존되어 있다. 

활화산에서 내려와 숙소에서 쉰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아티틀란 호수로 간다. 체 게바라마저 혁명을 포기하고 아티틀란 호숫가에서 살고 싶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서 하루 잔다. 호숫가를 거닐고 카페에서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를 마실 거다. 화산재의 향을 듬뿍 담고 자란 안티구아 커피는 맛이 깊고 향이 짙은 것으로 유명하다. 아티틀란 호숫가에는 여러 마을이 있다. 그중 파나하첼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로코카페가 유명하다. 이곳에서 남미사랑 카카오 단톡방에서 인사를 나눈 녹색사랑을 만나기로 했다. 체게바라가 반한 멋진 호숫가에서 화산의 향을 담은 커피를 마실 거다. 

화산 폭발의 흔적을 지닌 옛 성당 건물

해야 할 일을 마치자 데스파치오(느리게) 템포로 안티구아를 걸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과테말라를 장악한 뒤 안티구아에 총독 관저를 세우고 수도로 삼았다. 스페인들은 안티구아에 바로크 풍의 성당, 수도원, 학교 건물이 지었다. 스페인 본국보다 더 멋지게 지었다고 하니 전성기 안티구아는 중미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였을게다. 안티구아의 몰락은 활화산 탓이다. 안티구아가 아케테낭고, 푸에고, 아구아 활화산 사이에 끼어 있는 분지라서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었다. 그러다 1773년 화산 폭발로 도시가 화산재에 묻히게 되자 수도를 과테말라시티로 옮기고 이 도시는 버려졌다. 최근에야 화산 폭발의 흔적을 지우고 18세기 스페인 바로크풍 건축물들이 즐비한 도시로 재건됐다. 지금은 활화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몰리는 관광 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안티구아 중앙공원의 가운데 자리한 분수

아케테낭고 투어와 파나하첼 여행을 무사히 마치면 멕시코시티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준수와 성재를 다시 만난다. 멕시코시티 인근에 있는 온천지 똘랑똥꼬에 함께 간다. 차량을 빌릴 거다. 멕시코에서 이틀 지낸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간다. 드디어 미국 횡단을 시작하는 거다. 이제 중남미 여행은 결말로 치닫고 있다. 내 생에 가장 흥분했고 아름다운 자연에 넋을 잃고 가장 힘들었던 중남미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 80일간 삶은 가장 치열했고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훗날 이때를 되돌아보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소중하고 가장 치열했던 순간으로 기억하리라. 아마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은 토레스델파이네나 피츠로이 정상에서 아침 햇빛이 불타오르는 붉은 산봉우리일 게다. 아니면 페루 살칸타이와 우만타이 산을 넘어가다 만난 설산의 푸른빛이나 빙하 호수의 청담색 물 빛일 게다. 

안티구아 곳곳에 바로크풍 건축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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