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현 Jun 01. 2023

신이 고산에 숨겨둔 별천지, 똘랑똥코

5월30일(화) 동굴 속에서 흘러나오는 파스텔톤 푸른 온천수

멕시코 북동부 심산유곡에는 가장 아름답다는 온천, 똘랑똥꼬가 숨어있다. 숲을 가로지른 계곡 물이 물방울처럼 알알이 흩뿌리는 듯 내리는 폭포, 폭포수 아래 동굴을 가득 채우고 넘쳐흐르는 담청색 시냇물, 산비탈에 기대 파내어 만든 온천탕마다 가득한 담청색 온천수, 온천지 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 등 별천지 비경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똘랑똥꼬다. 유카탄 반도 남쪽 끝에 자리한 바깔로르와 함께 똘랑똥꼬를 멕시코 최고의 여행지로 꼽고 싶다. 

똘랑똥꼬, 멕시코 여행의 백미

멕시코 시티에서 차를 빌려 북쪽으로 50km가량 달리니 멕시코 아즈텍 유적지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피라미드로 꼽히는 태양의 피라미드가 도시 한복판에 토산처럼 서 있는 아즈텍 이전 문명의 유적지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바로 보고 왼쪽으로 200m 이상 떨어진 곳 달의 피라미드가 자리한다. 달의 피라미드는 태양의 피라미드를 2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미니미처럼 보였다. 

테오티우아칸 태양의 피라미드 

서기 100년쯤 옛 문명의 주인들은 달의 피라미드에서 사람을 산채로 갈라 심장을 꺼내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벌였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제단에서 죽었다. 일부는 그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장방형으로 계단을 쌓아 올린 제단들이 거대 피라미드 사이에 나열해 저 멀리 뻗어 있다. 서기 100년쯤에 지어진 도시라고 믿기 힘들었다. 아즈텍 문명이 훗날 이곳을 점령한 뒤 그 규모에 놀라 ‘신들의 도시’로 믿었다. 지배세력은 예부터 거대 건축물을 짓고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과시했다. 거대 건축물 위에서 산 사람을 갈라 심장을 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지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권력이라면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이 도시의 주인은 아즈텍 문명에 밀려 몰락했지만 인신공양이라는 악습은 아즈텍과 마야 문명으로 이어졌다. 

신들의 온천탕이라 할만하다

느닷없이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몰려왔다. 번개는 눈앞에서 내렸다. 우박 같은 비가 소나기처럼 내리려 했다. 동행 준수와 성재는 철수를 결정했다. 다시 북동부 방향으로 3시간을 달렸다. 똘랑똥꼬 초입에 있는 작은 마을에 숙소를 정했다. 숙소 근처 마트에 가보니 불닭볶음면이 눈에 보였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터라 다섯 봉지나 집었다. 숙소에서 불닭볶음면을 땀을 흘려가며 먹었다. 그게 큰 탈을 일으켰다.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준수는 밤새 설사까지 하며 힘들어했다. 그나마 매운맛에 익숙한 나도 화장실에서 한참 고생해야 했다. 

담청색 온천수라니 헐~

다음날 채 수습하지 못한 속을 달래 가며 똘랑똥꼬에 도착했다. 산비탈에 따개비처럼 붙은 모양의 온천탕에 들어가 멕시코 산악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한참 따뜻한 물에서 물을 불린 뒤 온천탕 반대편 구석에 자리한 폭포와 동굴을 보러 이동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가니 파스텔톤 담청색 온천물이 부러 쌓은 물막이 돌에 고여 층층이 수영장을 만들며 흘러내리는 광경에 황홀했다. 담청색 물빛이 너무나도 예쁜 수영장마다 물놀이객이 보였다. 그 물이 시작되는 곳을 찾아 상류로 올라가다 그 폭포를 만났다. 

똘랑똥꼬의 백미 물방울 폭포

높이 솟은 계곡에서 나리는 물이 알알이 방울져 이끼와 나무가 붙은 절벽 아래로 흩날리듯 떨어지고 있었다. 카메라 조리개를 열고 셔터 스피드를 늦추고 계곡이나 폭포 물을 연속 촬영해야 볼 수 있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것도 동영상으로. 너무 아름다웠다. 고개를 한참 치켜올리고 알알이 떨어지는 비경을 넋 놓고 보았다. 그 폭포 밑으로 넓고 깊은 동굴이 보였고 그곳에서 담청색 물이 넘쳐 흘러나왔다.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가슴팍까지 따뜻한 온천수가 올라왔다. 넓은 동굴 가운데 종유석이 매달려 있었고 갈라진 틈으로 온천수가 쏟아졌다. 동굴 속에서 폭포수로 즐기는 온천이라니 가히 가장 아름다운 온천이라 불리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똘랑똥꼬의 비경 온천 동굴에서 나오며

폭포 위쪽에 깊숙이 파고 들어간 동굴이 하나 더 있었다. 입구 폭이 작지만 깊이가 깊어 한참 걸어 들어가야 동굴 끝에 닿는다. 동굴 안까지 빛이 들지 않아 인공조명 없이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사람들은 방수팩에 넣은 휴대전화의 조명을 켜고 오갔다. 아무 조명 없이 끝까지 가다 목까지 차오르는 온천수에 놀라기도 하고 동굴 벽에 머리도 찧으면서 끝내 동굴 끝까지 갔다. 그러다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에서 산 슬리퍼 한 짝을 잃어버렸다. 물속에서 벗겨졌는데 동굴이 어두워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 짝만 신고 동굴을 나왔더니 잃어버린 슬리퍼가 입구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력으로 떠올라 온천수 따라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멕시코시티 근처 옛 문명 유적지 테오티우아칸

준수와 성재는 나 못지않게 비경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성재에게 “바깔로르 못지않게 똘랑똥꼬가 좋다"라고 말했다. 내가 바깔로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 성재가 다소 놀라워했지만 똘랑똥꼬가 멕시코 여행의 백미라는 것에 동의했다. 멕시코 여행을 계획하는 이라면 똘랑똥꼬와 바깔로르를 포함시키길 권고한다. 


작가의 이전글 체게바라가 사랑한 호수, 아티틀란에 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