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는 취재차 여러 번 다녔다. 박찬호 선수 활약을 취재하기 위해 1998년 다저스타디움 안에만 돌아다니다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뒤 두세 번 다녔지만 역시 인터뷰 마치고 서울로 돌아갔다. 여행객으로서 로스앤젤레스에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박집주인에게 물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나흘 머문다면 어디 다녀와야 하냐고. 그랜드캐년 림투림 코스를 트레킹 할까 고려했지만 단독 주파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랜드캐년 북쪽 림에서 출발해 콜로라드 강까지 내려와 다시 남쪽 림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총 14시간 걸리고 6월 초 콜로라드 강은 섭씨 38도를 웃도는 찜통이라 혼자서 걸어 넘기는 위험하다고 만류했다. 나중에 친구들과 조를 나눠 2명은 북쪽 림에 주차하고 출발하고 다른 2명은 남쪽 림에 주차한 뒤 계곡 하부로 내려와 콜로라도 강에서 만나 키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림투림 트레킹 하기로 마음먹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
민박집 사장은 첫째 날은 할리우드 사인보드까지 걸어 올라간 뒤 그리피스 천문대까지 산길을 트레킹 하고, 둘째 날은 산타모니카 해변에 가서 베니스 비치와 애봇키니를 둘러보고 셋째 날은 UCLA와 게티센터를 구경하라고 권유했다. 6월 2일 오전 큰 마음먹고 전문가용 카메라 소니 알파 7을 구입한 뒤 할리우드 사인보드를 향해 출발했다. 숙소에서 210번 버스 타고 할리우드대로까지 간 뒤 할리우드 사인보드가 서 있는 산을 향해 걸었다. 할리우드 스타들 이름이 적힌 별들을 밟고 산을 향해 씩씩하게 걸었다. 오르막으로 접어들자 숲 속에 나뭇잎으로 도배한 집부터 큰 나무 주위에 펜스를 치고 식탁을 두른 집까지 멋진 집들이 산길 옆으로 따라 올라왔다.
같은 숙소 투숙객과 함께 산타모니카 동행
한 시간쯤 걷자 할리우드 간판이 눈앞에 올려다보이는 공원까지 올라왔다. 위로는 할리우드 사인이 보이고 아래로는 로스앤젤레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 중앙에 고층빌딩군이 솟아오르고 넓은 평원에 격자 모양으로 집들이 끝도 없이 뻗어 나갔다. 한참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내려다보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45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산길을 걸어 넘으면 그리피스 천문대로 갈 수 있지만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초행길에 산속에서 어둠을 만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다음을 기약하고 트레킹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힙한 곳으로 떠오르는 애봇키니에서
한참 내려왔더니 한국인 여성 2명이 벤치에 앉아 우버를 기다리는 듯했다. 코리아타운으로 가면 우버 함께 타자고 마을 걸었더니 그리피스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우버 타고 함께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했다. 여성 2명은 자매로 동생은 뉴욕에서 로스쿨에 다니고 언니는 한국 제약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동생에게 옷가지 등을 전해주려 왔다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여행 왔다고 한다. 자매와 그리피스 천문대를 구석구석 구경했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반달만큼 커진 금성을 관측했다. 서쪽 전망대에서 석양을 지켜보다 반대편으로 이동해 로스앤젤레스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할리우드 사인에서 산길 넘어서 그리피스로 넘어가는 길에서
자매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코리아타운으로 내려와 항아리 칼국수 먹고 헤어졌다. 코리아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마약에 취한 백인 하나가 자매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본능적으로 그 사이에 끼어들어 자매를 등 뒤로 뺀 다음 사람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마약 중독자와 정면으로 맞서면서 뒷걸음쳤다. 그 마약중독자는 방향을 틀어 벤치에 홀로 앉은 백인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 여성은 눈길 한번 안 주고 그 마약 중독자를 무시했다. 불한당이 여성 몸을 여기저기 건드려도 꼼짝 하지 않자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얼른 그 자리를 피해 버스에 올랐다. 천만다행으로 우리는 밤늦게 항아리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하루의 동행을 마쳤다.
그린피스에서 내려다본 로스앤젤레스 시내
다음날 숙소에서 만난 투숙객 2명과 함께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갔다. 성격 좋고 예쁜 친구들이다. 유쾌하게 태평양 해안을 걸어서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투숙객 4명과 함께 할리우드 사인에 올랐다. 이번에는 우버를 타고 갔다. 할리우드 사인에서 걸어서 그리피스 천문대까지 걸어가는 트레일을 걸었다. 한 시간가량 산 옆구리를 따라 난 산책길을 걷자 멀리 그리피스 천문대가 보였다. 이상기후 탓에 서늘한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로스앤젤레스의 산길을 걸어 그리피스 천문대로 걸어가는 게 상쾌했다. 이번에는 코리아타운에서 감자탕을 먹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먹고 자는 게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할리우드 사인 올려다보는 공원에서 로스앤젤레스 전망을 배경으로
다음날 같은 숙소에 묵은 성재와 함께 UCLA에 갔다. 캠퍼스는 넓었고 건물은 깨끗했다. 햇살이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캠퍼스에는 졸업 시즌을 맞아 여기저기서 기념 촬영하는 학생과 가족들이 보였다. 발끝 닿는 대로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다 코리아타운 H마트에서 스테이크 용 소고기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중남미 여행과 비교해 로스앤젤레스의 여행은 밋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