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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Jun 11. 2023

햇살 가득한 날 버널 & 네바다 폭포에 닿다

6월 8일 요세미티 제1경을 다투는 트레일 코스에 흠뻑 젖다

요세미티 셋째 날 날이 갰다. 파란 하늘에 옅은 흰구름이 성기게 몰려다녔다. 햇살이 화강암 바위와 수면 위에 화사하게 내렸다. 요세미티에서 하루 더 지내자고 동행을 설득했다. 동행 셋에게 내가 어제 오른 어퍼 폴스를 다녀오라고 권했다. 나는 혼자 버널과 네바다 폭포에 가기로 했다. 버널과 네바다 트레일 코스는 어퍼 폴스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한다. 방문자센터부터 트레일 입구까지 걸었다. 트레킹 코스 초입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출발 전에 파파로니 피자를 시켜 먹으며 걸었다.

요세미티 셋째날 버널 폭포에 오르다

어렵사리 입구를 찾았다.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버널 폭포로 향하고 있었다. 오후 2시 오르막 길에 들어섰다. 동행들과 오후 6시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보자고 약속한 터라 서둘렀다. 안내책자에는 왕복 여섯 시간 코스로 나와있다. 네시간만에 주파하려면 잰걸음으로 올라야 했다. 앞서 출발한 여행객을 앞지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고 버널 폭포가 나타났다. 폭포까지 이르는 가파른 계단길을 한숨에 올랐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물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물보라가 올라와 비처럼 흩날렸다. 흠뻑 젖었다. 다른 등산객들은 우비를 입고 올라왔다. 폭포에서 쏟아져 올라오는 물보라는 아주 차가웠다, 초겨울 보슬비를 맞는 느낌이었다. 반팔 셔츠만 달랑 입은 터라 한기가 찾아왔다. 폭포 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보라를 피해 폭포 정상으로 급하게 올라와야 했다.

맑게 갠날 엘카피탄 앞에서

버널 폭포 정상에 이르자 하늘에는 다시 햇살이 쏟아졌다. 옅은 초록빛 물줄기는 하얀 포말을 내며 격렬하게 흘러오다 벼랑을 만나서 주저 없이 낙하했다. 폭포 밑으로 쏟아지는 푸르고 하얀 물줄기를 위에 내려다보았다. 그 앞으로는 화강암 바위들이 크게 작은 숲을 끼고 겹쳐서 멀어졌다. 그 산세 사이로 하얀 폭포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한참 정상 위에서 노닐다 다시 방향을 위로 잡고 네바다 폭포로 향했다. 등산객들이 뜸해졌다. 버널 폭포까지 보고 내려가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위에서 내리는 물줄기를 오른쪽에 두고 돌길을 따로 한 시간가량 올랐다. 내려오는 이쁘장한 소녀들이 “정상까지 5분 남았다"라고 개구지게 말하며 지나갔다.

맑은 날 요세미티는 미쳤다.

네바다 폭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엄청난 물을 쏟아냈고 그 충격으로 하얀 포말이 장막처럼 나무들 사이로 떠서 날았다. 등산로까지 포말의 장막이 다가와 몸은 다시 젖었다. 압도적으로 쏟아지는 물의 장막을 쳐다보며 다시 계단을 올랐다. 폭포 정상에 이르자 다시 하늘은 맑아졌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정상에서 더 올라가 폭포로 이어지는 물줄기 옆에 너른 바위에 누웠다.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으며 잠들었다. 바람 한줄기가 소매 속으로 쏙 들어오는 바람에 눈에 떴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을 확인해 보니 30분이나 잠들었다. 머리는 맑아지고 기분은 상쾌해졌다. 바위 위에 마르라고 올려놓은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버널 폭포에서 내린 물이 숲과 바위 사이를 하얀 포말을 내며 격하게 흘러 내린다.

30분 자는 바람에 서둘러야 약속 시간에 간신히 닿을 듯했다. 뛰다시피 내려왔다. 다시 등산로 초입에 이르렀을 때 이미 오후 5시 50분이었다. 그다음부터는 뛰었다. 약속장소인 요세미티 빌리지까지 셔틀버스가 있지만 도착 시간을 기다리느니 뛰는 게 나을 듯싶었다. 예상보다 거리가 훨씬 멀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넘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산행을 싫어하는 준수는 둘레길을 걷고 일찌감치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재와 나윤은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왕복 4시간에 어퍼폴스 구간을 마친 터라 왕복 6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성재와 나윤을 정오 정각에 해당 구간을 출발하게 했다. 성재가 산행에 서투른 탓에 소요 시간이 늘어났다.

버널 폭포 지난 한시간갸량 오르면 볼 수 있는 네바다 폭포

오후 7시 지나 동행을 모두 픽업해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했다. 나윤이 아직 렌터카 운전자로 등록되지 않아 내가 혼자 운전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초입에 예약한 숙소까지 5시간가량 달려야 했다. 6시간 등반 코스를 4시간 만에 주파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초행길을 5시간을 달려야 하니 상당히 피곤했다. 졸업이 쏟아지면 도로 갓길이나 휴게소에 차를 대고 눈을 붙였다. 나윤이 ‘급속충전'이라 표현한 10~15분 자기는 졸음운전 방지에 상당히 유효했다. 천신만고 끝에 자정 넘어 1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너무 피곤해 씻지도 못하고 맥주 한잔 마신 뒤 곯아떨어졌다.

물이 쏟아져 내려 폭포를 만들어내는 곳

내일은 샌프란시코를 여행한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흥얼거리며 낭만적인 도시로 기억하는 곳이다. 부두에는 바다사자 무리가 누워있고 언덕 위에 경사로를 따라 알록달록한 집들이 촘촘이 이어지고 골목 사이를 앙증맞은 케이블카가 다닌 곳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인 스탠포드대학이 인근에 있고 세계 정보기술 산업을 이끄는 실리콘밸리가 자리한 곳이다. 기대만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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