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인연들
8월20일 앙카라에서 3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 카파도키아에 도착했다. 카파도키아 북부 우치사르에 있는 한인민박집에 짐을 푼 뒤 4km가량 걸어 인접 도시 괴레메로 들어갔다.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제1번화가로서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호텔과 레스토랑이 많고 여행사가 모여 있어 카파도키아에 있는 여러 마을 중에서 가장 번잡하고 혼란스럽다.
괴레메 한복판에 우뚝 솟은 언덕 아이든클라흐라가 있다. 이곳은 석양을 보기 좋은 곳이라 해가 질쯤 이곳에 올랐다. 넓게 펼쳐진 언덕 위를 걸으며 괴레메 시내를 내려보며 걷다가 석양 보기에 좋은 곳에 섰다. 마침 그 앞에서 홍콩에서 온 사진가가 자리 잡고 석양을 촬영하고 있었다. 홍콩에서 온 사진가는 리였다. 내 이름과 같았다. 한국인 리와 홍콩인 리는 바로 친해졌다.
조금 있다가 하얀 원피스 차림에 하얀 모자를 쓴 이쁜 동양 여자가 다가왔다. 어디 출신이냐고 묻자 중국이라고 했다. 이름은 비비안. 20대 초반의 이 중국 여성은 아름답고 기품이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쁜 얼굴에 차분해 보이고 기품까지 갖췄다. 말 걸때마다 눈을 바라보며 필요한 말만 차분하게 답했다. 말수는 유난히도 적었고 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빙긋 웃었다. 그 차분함과 조용한 분위기에 마음이 끌렸다.
침착하고 조용하고 우수에 잠겨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을 훔쳐 보며 저녁식사나 함께 하자고 제안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5분 뒤 대반전. 홍콩에서 온 사진가 리를 비비안에게 소개하자 둘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홍콩 사진가 리는 광동어와 함께 중국 본토 표준어까지 구사할 수 있었다. 비비안은 봇물 터지듯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무 시끄러워 당황할 정도였다. 기품은 사라졌다. 차분함도 없었다. 그냥 영어를 못 알아들어 내 질문에 빙긋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한 거였다. 조용히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너무 시끄러워서. 푸하하하.
한인민박집 터키 남편 하샤드는 붙임성이 좋다. 한국인 부인 덕분인지 한국어를 제법 구사하고 한국인에게 아주 친절하다. 무엇보다 심성이 착하다. 그는 한국인 부인에 기세에 눌려 부인 눈치를 많이 본다. 한국인 손님을 위해 무엇을 하려 하다가도 한국인 부인이 뭐라하면 조용히 물러난다. 술도 눈치 보며 마시고 담배는 숨어서 조금씩 피운다. 부인이 담배 냄새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무슬림 국가에서 부인 눈치 보며 사는 하샤드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 부인은 억척스럽다. 한국인 관광객 상대로 장삿속을 지나쳐 보여 한국인 손님들이 싫어한다. 지난 5~6년 동안 이곳을 여러 차례 이 한인민박집을 찾은 조현석씨는 햐샤드와 그 동생 하나피와 친하지만 그 부인에게는 영 불만이 많다. 낯선 이국에서 악착같이 살아 가려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그녀는 지나치게 손님들에게 친절한 남편에게도 오지랖에 넓다며 투덜거린다.
하샤드 동생 하나피는 25세 청년으로 다음달 군대에 간다. 터키도 한국처럼 의무복무제다. 복무 기간은 1년 남짓이지만 4년 대학 졸업자는 6개월만 복무하면 된다. 하나피는 잘생겼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싸움도 잘한다고 한다. 키도 185cm다. 그런데 5등신이다. 얼굴이 하도 커서 일어서서 다가오면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나피는 멋진 사나이다. 그는 한국인 현석과 의형제를 맺었다. 햐사드가 운영하는 한인민박집에 투숙한 현석과 뜻이 맞아 지난 5년가량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현석은 부산 사나이다. 카파도키아 우치사르 한인민박집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5~6년 동안 터키에 자주 온다. 유럽 쪽으로 여행갈 일 있으면 터키 한인숙소에 들러 민박 주인 하샤드와 동생 하나피를 만난다. 하샤드 가족을 부산으로 초대한 적도 있다. 그는 성격도 앗싸라하고 의리도 있는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다. 현석은 41세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은데 마땅한 짝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국제결혼을 꿈꾼다. 조건만 맞으면 터키나 일본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는 떠들기를 좋아한다. 4시간가량 우치사르 숙소에서 괴레메까지 함께 걸었다. 한시간가량 걷는데 현석은 쉬지 않고 떠들었다. 괴레메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입을 쉬지 않았다. 취미, 취향, 습관, 쇼핑 품목 등 자기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는 바람에 짧은 시간 안에 그에 대해 훤히 알게 됐다. 특히 악세사리 모으는 취미가 있어 손목에만 수천만원 넘는 시계, 팔찌, 반지 등 귀금석을 차고 다녔다.
안나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날씬한 전형적인 러시아 미인이다. 카파도키아 북부 관광지를 도는 레드투어 도중에 만났다. 안나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나 낙타타기 등 투어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활달하고 밝았다. 눈에 띄는 미모 때문에 안나는 투어 내내 주목을 받았다. 내가 어디 출신이냐며 묻자 러시아고 이름은 안나라고 밝히며 반갑다고 먼저 악수를 청했다. 악수에 응하며 손을 잡자 안나는 환히 웃었다. 그 뒤 이동하면서 마주칠 때마다 안나는 웃으며 인사했다. 이렇게 이쁜 여자가 붙임성도 좋다니. 덕분에 난 투어의 남성 참가자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흘라르 계곡 탐사 도중에 강물에 발을 담그다가 한국인 여성 2명을 만났다. 밝고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이었다. 대략 33개국 100여개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한국 여성만큼 이쁜 여자를 보지 못했다. 어딜 가든 한국인 여성의 미모는 돋보인다. 두 친구는 다른 팀 소속이라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투어 대상이 겹칠 때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했다. 친구 둘이 터키 여행을 왔고 이스탄불 거쳐서 카파도키아로 왔단다. 이틀 뒤 파묵칼레로 떠난다하고 한다. 여행일정을 조정해 그녀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