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역부터 오도리 거처 스스키노까지 우중산책
7월 11일(화)
비는 삿포로까지 따라왔다. 신치토세 공항부터 짙게 깔린 구름이 이내 비로 바뀌어 추적거렸다. 삿포로역부터 오도리를 거쳐 최대 번화가 스스키노까지 이어진 일직선을 비를 맞으며 걸었다. 도쿄 일정이 치열한 터라 고독이 낯설었다.
후배 기자 두명과 함께 한 3박 4일 도쿄 여행을 마치자마자 다음날 홋카이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계획 세우는 번잡함을 싫어하는 터라 서울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항공편 구하고 피트니스센터 라운지에 앉아 삿포로 유스호스텔 3박, 에어비앤비 2박도 예약했다.
11일 화요일 오전 10시 10분 삿포로행 비행기 안에서 전날 교보문고서 급하게 구입한 홋카이도 여행 가이드 책 한 권을 독파했다. 삿포로서 첫날, 12일(수) 오타루, 14일(목) 후라노와 비에스, 15일(금) 조잔케이 온천, 16일(토) 하코다테 순으로 돌기로 했다. 힘든 일정이지만 언제 또 오겠냐 싶어 강행군한다.
첫날 예정대로 삿포로 시내를 돌았다. 삿포로 눈축제와 비어가든 축제가 열리는 곳부터 삿포로 제일 번화가 스스키노까지 걸었다. 서울서부터 내리던 비는 삿포로까지 이어졌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거리니 장맛비가 여기까지 어어졌겠다 싶다. 서울서부터 낮게 깔리던 내 기분은 삿포로에서도 여전했다. 비 탓일 게다.
삿포로 남쪽을 순환하는 시영전차를 탔다. 느리게 가는 전차 안에서 삿포로 사람 일상을 보고자 했다. 역시 현실은 달랐다. 앉자마자 피로 탓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이내 골아떨어졌다. 30분간 숙면을 취한 뒤 일어났다. 나머지 30분가량은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삿포로의 일상이 이어졌다. 답답한 나머지 목적지 타누키고지보다 한 정거장 전인 스스키노에서 내렸다.
오후 8시쯤 삿포로 특미라 하는 카레 수프를 먹으러 타누키코지 시장 근처에 있는 카레 수프 전문점 가라쿠에 왔다. 30분쯤 기다려 자리 잡은 뒤 야사이주오고힝 스프에 야와라카 치킨레그를 토핑으로 주문했다. 15개 야채를 향채에 넣어 걸쭉하게 끓인 뒤 부드러운 닭다리를 얹은 수프였다. 첫맛은 다소 느끼한 듯했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먹을만했다. 신김치를 많이 넣은 김치찌개 맛도 나고.
카라쿠엔 한국인이 많았다. 앞엔 한국인 커플이 국제적으로 애정을 과시하고 있었고 왼쪽 대각선에 앉은 한국 여성은 주문한 카레 수프를 기능적으로 흡입했다. 아마 다른 관광지를 방문할 요량인 듯하다. 식당 안쪽으로는 모녀가 친구처럼 떠들며 함께 먹었다. 밥을 라지로 시켜 밥을 남겨야 했다. 다음에 미디엄을 시켜야지.
내일 오타루로 가기 위해 일찍 누웠다. 아뿔싸! 룸메이트들이 이중창으로 코를 골고 있다. 성수기라 방 구하기 힘들다 보니 유스호스텔 도미토리룸을 예약했는데. 한방에 4명이 묵었다. 그런데 하필 두 사람이 코를 곤다. 제기랄! 평소 냉장고 소리도 신경 쓰여 침실 문을 닫고 자야 하는 내가 코골이 이중주 사이에서 어찌 자야 하남. 이어폰 꽂고 음악 틀고 자다가 이어폰이 귀에서 빠졌는지 코골이 이중주가 고막을 강타해 깼다. 할 수 없이 이불과 베개를 들고 1층 소파로 내려와 눈을 붙였다.
아침 먹고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만석이라 불가능하단다. 대신 걱정하지 말란다. 코골이 이중창은 체크아웃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밤은 평화가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