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주들에게 영화 <더 포스트> 관람을 강권한다

매체를 돈벌이나 권력 수단으로 여기는 사주들이 가득하니 기레기들만 판친다

by 이철현

언론사 사주들에게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관람을 권한다. 특히 언론을 돈벌이나 권력 유지 수단 쯤으로 생각하는 사주에게 강권한다.


영화 <더 포스트(The Post)>를 봤다. 워싱턴포스트는 1966년 내부 제보자로부터 미국 국방부 기밀자료를 빼내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쟁 양상을 숨기고 거짓으로 국민과 언론에 알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뉴욕타임스가 해당 자료를 먼저 입수해 한발 앞서 보도했지만 추가보도금지 가처분 조처 탓에 최종 판결을 기다리며 머뭇거리는 사이 워싱턴포스트는 뒤늦게 해당 자료를 입수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 분)은 국가기밀 누설, 간첩행위, 법원 명령 무시 등 형사상 중죄의 공모자로 구속 기소될 위험을 무릎쓰고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톰 행크스)에게 해당 기사의 인쇄를 지시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상장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사주가 구속되면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해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레이엄 여사는 자기 아버지와 남편이 언론사 사주로서 지켜온 워싱턴포스트의 전통을 유지하기위해 용기를 냈다. 자기 전재산을 날리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경영진 권고는 무시했다.

캐서린이 특정 기사에 언급하자 브래들리 편집국장이 "그건 내 업무다"라고 말하자 아무 말 않는 캐서린 모습이 멋있었다.

지난 23년간 여러 매체를 전전하면서 여럿 언론사 사주들을 만났으나 그레이엄 여사가 가진 언론사 사주로서 고결함과 단호함을 가진 사주를 단 한차례도 접하지 못했다. 가장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언론사의 사주는 “언론사도 기업이므로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편집국 간부들을 영업 최전선을 내몰았다. 또 삼성, 현대차 등 대형 광고주가 싫어하는 기사는 기획단계에서 솎아 내거나 심지어 인쇄 단계에서 빼기도 했다. 그렇게 번 돈은 배당으로 빼가고 일부를 유보해 강남에 건물을 사고 팔았다. 그 와중에 이익의 3분의 1은 기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이 언론사 사주는 매주 계열 언론사 대표이사들과 편집국장들을 불러 본인이 신봉하는 보수 성향의 정치 사회 기사를 게재할 것을 요구했고 기자 반발 등 여러 이유 탓에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편집국장을 못마땅해했다. 그러면서 회사 매출 목표의 달성을 지속적으로 독려했다. 이를 해내지 못하는 매체의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은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캐서린 집에 모인 편집국 간부들, 이곳에서 문제 기사의 발행을 결정했다.

그레이엄 여사는 우수한 기자들을 다수 뽑아야 보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고 탁월한 기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 상장을 추진했다. 그는 주식공모가가 기대보다 낮아 300만 달러 적게 들어온다고 보고 받자 “베테랑 기자 25명”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언론사 사주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개인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상장을 추진하다가 주위 참모진이 “상장하면 공시 등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고 여러 주주들의 경영 간섭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에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어찌 이 사람만 그러겠나. 그동안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분야에서 상당한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햇살에 노출되지 않은 분야가 언론이다. 아직도 기사 삭제, 협찬 유치용 기획 기사, 삥뜯기식 협박 기사, 대형 광고주 입맛에 맞는 기사 등 온갖 지저분한 행태가 여전하다. 국내 언론사들은 대형 광고주들이 싫어하는 사실의 보도를 아예 피하는 대신 영업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의 총수일가는 만족할만한 협찬 금액이 나올 때까지 공격하는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력 견제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언론의 사명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됐다.


하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런 환경에서 23년간 기자 생활하며 잘 먹고 잘 살지 않았나. 심지어 기자이자 데스크로서 언론사 사주에게 인정까지 받았으니 에구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언론의 위기다. 언론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언론 분야의 적폐청산에도 관심을 갖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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