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저 소설 인간실격을 읽고
1948년 6월19일 아침 도쿄 타마 강 하류에 썩어 짓무른 시체 한구가 떠올랐다. 닷새 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타마강 수원지에서 투신한 다자이 오사무였다. 일본 무뢰파 소설가 다자이는 다섯번 자살 시도 끝에 마침내 목숨을 끊을 수 있었다. 다섯 차례나 죽어야했던 사연이 궁금해 다자이의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을 샀다.
39년을 사는 동안 다자이 인생의 테마는 여자, 술, 약물, 자살이었다. 하녀, 술집 여자, 카페 호스티스, 미망인, 노파까지 다자이는 평범하지 않은 여자와 몸을 섞었다. 그 어느 여자에게서도 안식을 찾지 못했고 2세도 남기지 않았다. 술에 쩔어 살았으며 약물에 의존해 글을 썼다. 삶이 극한의 고통으로 치달으면 어김없이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스스로 인간의 격을 잃었다고 선언했다. 거짓, 위선, 가식, 기만이 그가 정의한 인간의 격이었다. 그는 갓 지어 나온 순두부 같은 감수성을 갖고 태어났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그마한 자극에 흔들렸고 욕망에 젖은 악의에 뭉개졌다.
다자이는 일본 도호쿠 아오모리 현 기타쓰가루 대지주이자 중의원 슬하의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유모, 하녀, 머슴에 둘러싸여 곱게 자랐다. 천재에 가까운 타고난 지능 덕에 공부량에 비해 학교 성적도 좋았다. 결핍이나 상실을 겪지 못한 탓인지 우리 삶 속에,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 서식하는 양심의 병원균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지 못한 듯하다.
다자이는 가식, 기만, 무례처럼 양심을 갉아 먹는 정신의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다. 잉카나 아즈텍의 원주민들이 스페인 침입자를 숙주 삼아 대서양을 건너온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같은 병원균에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듯 다자이는 허위와 기만과 악의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이 놈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가식과 기만에 적당히 길들여져 있고 위선과 무례를 걸치고 다닌다. 웬만한 자극에 동요하지 않고 가해지는 악의에 가혹하게 맞대응한다. 그럼 난 인간의 격을 갖춘 건가. 인간유격인데 그리 유쾌하진 않군.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