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농부 분투기 10화

얼갈이배추와 돌산갓

by 예담

주말 노동강도가 너무 세서 업어 가도 모를 만큼의 단잠을 자고 있는데, 휴대전화벨이 울려 억지로 일어났다. 남편과 딸이 언제 일어나 출근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이었다. 농사를 짓게 되면서, 월요일에는 오랫동안 해오던 봉사활동 말고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일하면서 입었던 작업복을 빨고, 가져온 야채들을 다듬고 요리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돌산갓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잡은 김에 수신된 메시지나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 몇 개의 메시지와 카톡이 와 있었다. 거기에는 지우엄마가 보낸 김치 사진도 있었다.

“얼갈이김치 쌉싸름한 맛이 갓김치 같아요.”

읽는 순간 미처 털어내지 못한 잠이 확 도망갔다.

‘얼갈이배추라고 믿고 가져다 준 것이 혹시 돌산갓?’


이상하다 생각했다. 뽑을 때 손에 닿는 촉감이 얼갈이배추치고는 너무 거칠었다. 나는 그게 다 무농약으로 키워서 야성을 간직한 탓이려니 했다. 이 거친 얼갈이배추를 가지고 누가 맛있게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 보았다. 두어 사람이 생각났다. 나는 먼저 지우엄마에게 카톡으로 벌레가 먹어 잎사귀들이 송송 구멍 뚫린 사진을 보내고, 얼갈이배추 상태가 이런 데도 김치를 담가 먹겠느냐고 물었다. 지우엄마는 예상대로 네네, 하고 답변을 보내왔다.지우엄마는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뭐든지 맛있게 쓱삭쓱삭 잘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지우네를 최우선으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지우엄마 문자를 보는 순간 남편이 직장동료에게서 얻어온 돌산갓씨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것을 뿌렸던 기억이 났다. 남편이 직장에 가서 돌산갓씨를 뿌렸다고 했더니, ‘벌써 뿌리면 어떡하냐, 좀 더 있다가 뿌려야 김장철에 먹지.’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얼갈이배추씨는 뿌렸는지, 안 뿌렸는지 가물가물했다.


씨앗마다 싹이 나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났다. 그리고 싹이 처음 나올 때는 이게 뭔 싹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그래서 씨앗 뿌린 데 또 다른 씨앗을 뿌릴 때가 종종 있다. 무씨 뿌린 데 열무씨 뿌리고, 열무씨 뿌린데 알타리무씨 뿌리는 식이다. 시금치와 상추가 섞어서 나기도 하고, 아욱과 들깨가 뒤섞여 있기도 하다.


지우엄마에게 답장을 보냈다.

‘아이고, 돌산갓인가 봐요ㅜㅜ 아시는 분이 갓김치 맛있다면서 돌산갓씨 주셨는데 뿌려놓고는 깜빡 하고, 얼갈이배추 같아서, 얼갈이배추치고는 잎이 거칠다 생각하면서 뽑았는데……그게 돌산갓이면 조금 더 키워 뽑아야 하는데, 아고, 초보농부는 오늘도 또 웃기고 말았네요. 농사지으면서 실수를 해서 주변사람들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있어요. 오늘까지 크게 세 건이네요.’


지우엄마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 맛있다고 신랑은 엄청 좋아해요.’


더 황당한 것은 전날 돌산갓씨를 뿌리면서, 너무 일찍 뿌렸다고 핀잔 들은 것도 잊어버리고, 왜 씨가 줄어들었을까, 어디다 쏟았나, 하며 궁금해했다는 점이다.


주말에 밭에 가서 지난 주에 씨앗 뿌린 것들을 확인하면서, 아무래도 헷갈리니 뭐를 뿌렸나 푯말을 세우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남편이 '농부가 무엇을 파종했는지' 푯말을 세우는 거 보았느냐고 했다. 하긴 나도 서류상으로는 엄연한 농부다. 농업 경영인 등록을 마쳤으니까. 하지만 농사가 어디 서류로 짓는 것인가. 다 경험이고 노하우지. 내가 징징대었더니, 남편이 푯말을 만들어주었고, 나는 거기에 당귀, 아욱, 열무 등의 이름을 붙였다.


알아야 될 게 천지다. 처음 밭에 갔던 날, 여자분 몇이 우리 밭에 납작 엎드려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냉이를 캐는 거라고 했다. 냉이와 잡초를 어떻게 구분하는 것인지 신기했다. 우리 밭에 냉이가 있는 데도 무엇이 냉이인지 구별하지 못해 냉이국도 끓여 먹지 못했다. 체리 할아버지도 우리 밭에는 여섯 종류의 냉이가 있다고 해서 어떻게 여섯 종류의 냉이를 구별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배워야 할 게 또한 천지다. 요즘은 인터넷이 선생이라고 한다. 잘 모르면 인터넷에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그래야 할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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