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농부 분투기 13화

농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예담

김장배추와 무를 수확하는 것으로 1년 차 농사가 끝났다. 명희언니에게 배추를 가지러 오라고 하니, 식구들이 별로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 다섯 포기면 먹는다면서, 그냥 가까운 마트에서 사서 담그겠다고 했다. 율리아는 시골에 사는 큰언니가 보내주는 김치를 먹는다고 하고, 요셉피나는 식구들이 겉절이처럼 금방 한 김치를 좋아해서 많이 안 담는다고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은경언니는 고맙게도 남는 배추와 무를 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구마 캐러 왔을 때 생각보다 농사짓는 우리 부부가 행복해 보여서 자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김장까지 끝내고 우리의 1년 농사를 결산해 보았다. 총 판매 가격이 1,258,800원이었다. 공판장으로 판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직접 지인들에게 판매했는데도 그렇다. 물론 고구마는 좀 싸게 넘긴 편이기는 하다.

어느 해질녘 밭에 뜬 무지개

나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순수하게 농사지은 땅이 족히 500평은 넘는데, 순수익도 아니고 판매액이 130만 원도 안 된다. 그렇다면 순수익은 얼마인가. 마이너스다. 옥수수 따는 시기를 알려준 찐농부에게 얼마 정도 농사를 짓는지 농사규모를 물어보았었다. 몇만 평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수익이 엄청 나시겠어요.” 했더니, “천 평 지어야 50만 원 떨어집니다.” 했다. 웃지도 않고 말해서, 속으로 ‘거짓말이야, 농담이야? 뭔 대답이 저래.’ 하고는 더 묻지 않았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밭에 지하수 파는 공사를 했는데, 그냥 보내기 뭐해서 야채라도 좀 드리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네도 농사를 지어 야채는 필요없다고 하면서 콩농사만 3만 평이고, 그 외 고추 농사며 다른 농사도 짓는다고 했다. 그렇게 농사짓는데 지하수 공사까지 하냐고 물었다. “먹고 살자고 하지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 생각에 3만 평이면 어마어마한 농사인데, 돈 욕심에 부업까지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1년 농사지은 것을 결산해보니, 3만 평 농사를 짓고도 지하수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찐농부 말이 사실이라면 만 평 지어야 500만 원, 삼만 평 지어야 1500만 원이란 소리인데, 그렇다면 수만 평은 지어야 생활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래서 ㅇㅇ리 이장이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시골에 왔느냐고 빈정대었나 보다.


지인들 중에는 우리의 첫농사 1년 결산이 나만큼이나 궁금한 이들이 있었다. 취미를 넘어 진정한 생산자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어보는 이들에게는 더하거나 빼지 않고 백 원 단위까지 판매액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밥을 사면 “감자 판 돈으로 사는 거야?” 하며 농을 하거나, 커피를 사면 “농부가 어찌 이런 비싼 커피를 사?” 하면서 웃었다. 누구는 초짜농부치고는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하고, 누구는 그렇게 고생하느니, 유기농 농산물 실컷 사먹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의 목표는 500평 농사에 순수익 500만 원이었다. 그러면 족할 것 같았다. 엄청난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도 아니어서 그 정도면 소박한 농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농번기에 열심히 일하고, 농한기에는 농산물 판매한 수익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게 얼마나 허황된 꿈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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