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보러 다니다
남편은 이삼백 평 정도의 땅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면 직장 다니면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은퇴 후에는 취미생활을 하듯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능하면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마지막 거처로 생각해서 이사왔기 때문에 밭이 멀면 자주 들여다볼 수 없어서다. 먼저 근처를 알아보았다. 생각보다 땅값이 만만치 않았다. 비쌀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취미 삼아 농사지을 건데, 대출을 심하게 끼고 살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땅을 보러 다니는데 집에서 점점 반경이 멀어졌다. 그런데도 원하는 조건에 맞는 땅이 없다. 이삼백 평 정도의 땅은 도시에 살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땅의 크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정도 크기의 땅은 매물이 나오자마자 금방 거래가 성사되어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다. 가격이 맞으면, 깊은 골짜기로 구불구불 들어가야 하거나 푹 꺼진 땅이라 복토를 해야 할 땅이다. 너무 외진 데도 싫고, 복토할 흙을 어디서 구할지도 난감하다. 일단 그런 땅은 거른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멀리 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남편과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남편도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남편은 나에게 말하지 않고 계속 땅을 보러 다닌 모양이었다. 어느 날 나에게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마음에 꼭 맞는 땅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면서, 할 수 없이 자기가 본 두 개 중에서 무조건 하나를 선택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아내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할 테니 땅을 보러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이쯤 되면 말릴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데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을 뿐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있으니, 남편이 땅을 내 이름으로 구입할 거라고 했다. 자기는 머슴처럼 일만 하겠다고 했다. 농사지을 땅 사는 데 협조적이지 않으니 꼬시는 소리 같다. 머슴 부리는 마님처럼 살면 된다는데, 글쎄, 과연 그럴까?
이제 땅을 사는 것은 되돌릴 수 없고, 어떤 땅을 사느냐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남편하고 차를 타고 가는데 초행이라 그런가 너무 멀었다. 일차로 남편이 제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밭으로 가보았다. 가서 보니 왜 남편이 마음에 들어 했는지 알겠다. 360평이라 남편이 원하는 평수보다는 넘어섰지만, 밭 모양이 정사각형에 가까운 네모형이었다. 컨테이너로 만든 농막이 있었고, 농막 옆에 덧대 창고처럼 쓰는 공간도 있었다. 더이상 농사를 짓지 않기로 결정한 밭 주인이 농기구 일체도 무상으로 주고 갈 거라고 한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남편은 내가 좋다고만 하면 당장 계약하고 갈 태세였다. 그런데 너무 꼬불꼬불 들어가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겨 농사를 포기할 일이 생기면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데, 접근성 때문에 선뜻 구매자가 나타날지, 그게 걱정되었다.
두 번째로 간 밭은 250평짜리 땅이었다. 도로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았고, 소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어 휴식하기 좋은 땅이었다. 평당 가격이 360평 밭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서 땅값은 오히려 비쌌다. 그래도 소나무를 좋아하는 남편이라 탐낼 만했다. 농막을 가져다 놓고, 주차장 면적을 제외하면 막상 일굴 땅은 50평 남짓 남을 것 같았다. 고된 농사일을 생각하면 그 정도만 일구는 게 딱 좋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고압선이 가깝게 있다. 이 땅은 고압선 때문에 싫다고 했다. 남편 얼굴이 어두워진다. 저 땅은 너무 외져서 싫다고 하고, 이 땅은 고압선이 가까워서 싫다고 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남편이 보기에 내가 방해꾼으로 비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