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농부 분투기 4화

삽 한 자루 괭이 한 자루 호미 두 자루

by 예담

농자재 판매하는 곳에 들러 삽 한 자루, 괭이 한 자루, 호미 두 자루를 사서 밭으로 갔다. 트렉터를 빌려 갈아놓은 밭은 구입할 때보다 더 넓어 보인다. 남편이 한숨을 쉬었다.

“야, 이거 장난 아닌데, 이거 어떻게 하지?”

겁이 나는 모양이다. 나도 겁이 더럭 났다.

이 넓은 땅에 무엇을 심으면 좋을지 얘기해보란다. 난들 알까?

남편은 나 때문에 넓은 땅을 샀으니, 내가 무엇을 심을지 정하라고 했다. 자기는 360평이나 250평 중에서 고르고 싶었다면서.


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 말은 많다. 나야말로 남편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나는 농사지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남편이 하도 농사를 못 지으면 죽을 것처럼 굴어서 땅을 사게 한 것이다. 다만 이 땅을 선택하도록 조언을 했지만, 그것은 남편이 마음에 둔 땅들이 가진 단점들 때문이었다.


밭에까지 와서 논쟁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트렉터로 갈아 놓은 땅을 보니, 서로 겁이 나서 그런 거다. 예전에 단칸 신혼집에 살다가 방 두 개에 조그마한 거실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더니 엄청 집이 넓게 보였던 경험이 있다. 그 집도 몇 년 안 살아 너무 좁게 느껴져 이사를 했지만 말이다. 지금 땅도 그런 착시 현상일지도 모른다. 길게 길게 이랑을 만들어서 더 넓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밭 한쪽 귀퉁이에다가 가져간 씨앗들을 뿌렸다. 상추, 열무, 깻잎 등 주말농장하면서 경험했던 것 위주로 뿌렸다.


사용했던 농기구를 차에 싣고 오기도 뭐해 밭 구석에 두었다. 우선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기구를 보관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없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이고, 게다가 길옆이라 아무리 구석진 자리에서 볼일을 본다고 해도 난감한 일이다. 남편이야 소변은 구석에서 해결하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보다 차로 7분 정도 걸리는 숭의전 앞으로 갔다. 숭의전 앞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쓰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쉬기도 할 겸 숭의전 공중화장실까지 다녀왔는데, 일이 점차 많아지면서 시간 낭비 같았다.

“여보, 임시 야외화장실 만들어요.”

“어떻게?”

“그냥 땅바닥 좀 파고, 그늘막 같은 걸로 둘레를 칩시다.”

“그래도 되겠어? 나야 괜찮지만.”

“나 시골 출신이에요. 언제부터 양변기 썼다고, 예전에는 다 밭에다 그냥 쌌어.”

그렇게 해서 엉성한 야외 화장실이 뚝딱 생겨났다. 누가 뭐라든 나에게는 요긴하게 쓰인 화장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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