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심다
남편이 고구마를 좋아한다. 혼자서도 일 년에 두 가마니는 거뜬히 먹을 사람이다. 그래서 넓은 밭에다 고구마를 심기로 결정했다.
고구마를 심고 희망에 부풀어 농산물 판매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직판장이나 공판장을 이용해 위탁 판매하거나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나왔다. 제값을 받고 팔려면 직접 판매하라는데, 이것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상대방 반응에 따라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농자재 구입할 것이 있어 농협경영체에 들렀다가 고구마 판매 방법도 물어보았다. 직원이 대답도 하기 전에 어떤 남자가 끼어들었다.
“고구마 한 상자 공판장에 보내면 얼마 받을 거 같아요?”
건물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던 얼굴이 시꺼먼 남자다. 말투가 시비조처럼 거슬리고, 내용도 희망을 확 꺾는 거라 몹시 불쾌했다.
대답하지 않으니 다시 묻는다.
“상자값 빼고, 공판비 빼고, 운송비 빼면 얼마 남을 거 같아요?”
“글쎄요.”
여전히 시비조인 말투에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오천 원도 안 남아요.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시골에 왔어요?”
말 참 더럽게 한다. 초짜 농부 기를 꺾는 데에 이보다 더 심한 말이 있을까.
어차피 내 대답을 들으려고 물어본 것 같지도 않고, 나도 빈정상해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얼굴 시꺼먼 남자가 가고 직원이 내 눈치를 살피다 말을 꺼낸다.
“아까 그분 ㅇㅇ리 이장이에요.”
“이장이라구요? 무슨 이장이 그렇게 말해요? 사람 기분 나쁘게.”
“걱정되어서 하신 말씀일 거예요. 사람들이 그렇게 희망을 품고 왔다가 3년도 안 돼 떠나니까요.”
“아무리 걱정된다고 해도 그렇지. 듣는 사람 기분도 생각해야죠.”
3년이 고비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할 정도다. 3년을 잘 버티고 안착할 수 있을까. 실은 나도 그게 걱정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