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의 끝 맛

by 시선siseon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새롭게 눈에 들어온 풍경이 있다.


직장 동료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그들의 대화가 우연찮게 들려오면 그 내용은 십중팔구, 직장 뒷담화다. 주로 한 명이 신랄하게 누군가를 비난하고, 적절한 추임새가 들어오면 곧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간증이 함께 버무려진다. 그렇게 천하의 나쁜 쌍년, 쌍놈 혹은 내일 당장 때려쳐야만 할 직장이 완성되는데 이 패턴이 너무나 뻔하고도 흔한 것이다.


어쩌면 선택적 노출일지도 모른다. 그런 무리의 그런 대화에 내 귀가 더 틔였는지도. 왜 그럴까. 그 모습들이 바로 1년 전, 혹은 2년 전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던 그때 마음 맞는 동료들과 같이 수다라도 떨라치면 대화의 주제는 늘 '그런'얘기였다. 험담, 혹은 불평불만. 물론 당시에는 미칠 것 같은 일상에서 누군가와 그 사실을 공유, 공감하지라도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터놓고 이야기라도 하고 나면 그래, 나만 이렇게 느끼고 버티는 게 아니구나 하는 데서 오는 위안, 그리고 가끔은 새로운 대응법을 찾기도 하면서 그 모든 대화가 정말 필수 불가결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모든 대화의 반복은 뭐랄까, 일상의 유희라고도 느껴졌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이제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그들, 사실은 과거의 나의 모습을 한 발 떨어져 보게 된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이 사실은 너무나 불행해 보인다는 것을. 대화를 나누는 모두의 표정, 그 분위기. 웃어도 행복해서 웃는 웃음은 아니다. 대화가 중간중간 끊어질 때의 어색함이 너무나 씁쓸하다. 그토록 열변을 토하며 비난했던 대상들, 그리고 그 대상들로 구성된 직장으로 내일도 출근하기 위해 그들은 그 자리를 서둘러 떠야 한다. 그 끝 맛.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까.


나의 짧다면 짧았던 4~5년간의 직장생활 중에 가장 후회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일 외의 시간을 저렇게 뒷담화와 불평불만하는데 쓴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 고달픔 들은 나눈다고 나눠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을. 갖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확대 재생산할 시간에 다른 이야기,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걸. 그 모든 시간을 더욱더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제 와서 깨닫는다. 어차피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 가장 부정적인 생각들만 나누어 얻는 것이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그래. 직장생활에서만이 아니다. 인생을 두고 보아도 그렇다. 불평, 불만. 뒷담화. 이것을 다시 정의하자면 이미 상황으로 겪은 일을 또다시 가장 부정적인 관점에서 복기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복기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꿀 수 있을 때나 하자. 그게 안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말일이다. 굳이나 왜 가장 싫었던 순간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새롭게 주어진 시간들마저 낭비할 일인가 말이다.


그저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뒷담화 하지 않는 것. 불평불만하지 않는 것. 오직 나를 위해서 가장 이기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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