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나의 글을 보는 일이 참 낯설 때가 있다.
분명 그 글을 쓴 사람은 나고, 그 당시의 내가 이리도 선명한데 내가 쓴 글은 너무나 낯설다. 저런 표현을 썼네. 저렇게 묘사했네. 저런 단어를 썼네. 그런데 그 순간의 감성이 지나가 버린 뒤라 그런지 그 모든 글의 느낌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거다.
오늘, 브런치를 통해 누군가 나의 글을 자신의 유튜브에서 낭독하고 싶다고 했다. 메일에 쓰여있는 제목만으로 그 글이 기억나지 않아 굳이 찾아들어와서 다시 읽어보았는데, 올해 2월. 그러니까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글이다. 그 글을 다시 읽는 순간 그때가 떠올랐고, 너무 좋았던 순간이어서 다시 한번 행복했다. 그렇지만 그 글을 쓰고 있었던 그날의 나 만큼은 매우 낯설었다. 지금 그 순간을 다시 쓰라고 하면 절대 그렇게 쓰지는 못할 것 같아서.
글을 쓸 때, 주로 소위 삘(?)에 꽂혀 글을 쓰는 유형이라 그 순간에 빠져들었던 감성이 매번 새로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켠, 정말로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달라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무섭다. 너무나 빠른 주기로 나라는 사람은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와중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나는 문득 과거의 한 순간 - 특히 글로 박제된 - 나를 볼 때 짐짓, 그때의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던가 생각하며 과거의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열등감을 느낀다.
써놓고 보니 참, 무의미하다. 그래. 좀 자주 바뀌면 어떻고 좀 더 못나지면 어떤가. 매일 매일 더 나아져야만 한다는 강박따위 버리자. 어차피 항상성 조차 가질 수 없는 것. 다만 이렇게 글로 나마 매 순간을 캡처해둘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잘된 것이라 여기고 싶다. 나라는 사람에게 일관성은 없다. 끊임없이 진동하고 모습을 바꾸는 일상 속에서 그저 하루씩만 잘 버텨내길. 그리하여 그 모든 진동의 진폭이 나만의 것으로 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