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참 쉽지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단상, 혹은 짧은 기록의 일기가 아닌 다음에야 글은 결국 생각이다. 사유가 깊지 않은 대상에 대하여 글을 쓸 때는 할 말이 없는 것이 당연한데 억지로 내용을 늘리려니 머리만 아프다.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뽑아낸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작업한 1차 결과물에 대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발견하고 글을 쓰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과감함 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납득할 필요가 있을까.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뼈대를 잘 세운 다음, 그 뼈대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일부' 예쁘게 잘 가져오면 될 일이잖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물고 늘어져 봤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과감하게 타협할 건 타협하고 버릴 건 버리고 가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야, 지지부진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저렇게 '일부'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던 것인가. 데이터는 역시나, 논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논리가 있는데 뒷받침할 데이터가 없다면 그 또한 소설에 불과하겠지만 논리, 뼈대가 없는데 데이터가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사실 모든 재료는 준비해왔고 이제 준비가 되었다. 데이터, 다양한 가설에 따른 데이터 분석 결과,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심지어는 결론에 제시할 정책적 대안에 대한 내용까지 모두 있다. 다만, 개조식으로. 사실 구슬만 잔뜩 모은 것이다.
이제 이것을 꿰어야 하는데 그 꿰어내는 작업이 자꾸만 버벅댄다. 핵심 스토리라인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서 왜, 이 데이터를 본 건데? 데이터를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바꿔가면서 본 이유는 뭔데? 문제의식의 오리지널리티, 스토리라인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눈앞에 보이는 재료만 잔뜩 준비했더니 막상 써내려가는 글이 그저 앙상하다. 재료만 잔뜩 갖추는데 급급하여 꿰어내는 작업을 너무 만만히 봤다.
내일은 차분히, 이번 논문의 시작을 다시 되짚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재료만 긁어모으느라 소홀했던 나의 생각, 시간과 공을 들인 사유, 문제의식의 오리지널리티를 바로잡는 것부터. 그럼 그렇지, 뭐 하나 거저 가는 법이 없다. 에휴.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