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물의 도시

by 시선siseon

낯선 물의 도시. 그녀의 남편이 저기에 있다. 190cm가 다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하얀 피부. 짧은 스포츠머리에 웃으면 사라지는 작은 눈의 순한 인상. 꽤 큰 덩치가 과거 스포츠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주로 표정이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오늘도 그저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 그녀는 멀리서 그저 챙겨야 할 것을 챙기고 있을 뿐이다. 물건을 정리하고, 음식을 차리며 가끔 혼자 있는 그를 힐끔 거리다, 문득 주변의 커플들을 본다. 다들 살가운 사람들. 함께하고, 함께 웃고, 눈을 마주치는 그들이 그녀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도, 신혼인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말이 없는 그. 그녀는 문득 서럽다. 그래도 무려 남편인데. 속으로 서러움과 울분이 찼을 뿐인데 어찌 된 일인지 어느새 그녀는 그의 곁이다.


우리도, 신혼인데.


더 말을 이어야 한다. 그런데 고작 세 단어를 내뱉었을 뿐인데, 그만 울컥 울음이 나와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다.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그.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훤칠한 키를 일으켜 세운다.


낯설고, 부끄러워서.


두 마디를 간신히 던진 그는 그래서 말 대신 그녀를 곁으로 당겨 살짝 안아본다. 부끄러워서 라고 다시 중얼거리던 그가 이번엔 힘을 주어 그녀를 안는다. 그녀의 얼굴이 그의 가슴께에 닿자 그녀는 얼굴을 푹 파묻는다. 푹신하고 편안한 감촉. 이제야 제법, 남이 아니라 내 남편 같다. 고작 이 정도에 위안받을 꺼면서, 설렐 거면서. 서러웠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낯선 물의 도시. 모든 것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흘러가는 이곳. 그의 곁이 아니면 그녀도 언젠가 둥실 떠내려가버릴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그가 이렇게 다시 안아주길. 그녀를 바라보는 수줍은 그의 눈 속에 그녀만이 끝없이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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