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유가 있다. 원인을 내가 제공했고, 그는 화를 낼만하다. 그래서 그는 그에 응당한 화를 낸다. 아니다. 응당한 정도가 아니다. 그는 정도를 넘어 화를 냈다. 온갖 자극적인 말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에게 그 화를 모두 발산한다.
그다지 억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비이성적인 행동들에 마음이 자극받아 같이 마음이 흥분이 좀 되었다. 그래서 대화를 할수록 죄송한 말투에서 오히려 감정이 싹 빠진 매우 싸늘한 말투로 변하긴 했다. 그러나 돌아서고 나니 한편,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서늘했다. 나는 누군가의 실수에 얼마나 너그러웠는가. 저렇게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 해왔는가.
최근의 나의 행동을 보면, 그 순간의 화는 제법 참는 것 같다. 물론 매우 타인일 경우에 한한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여전히 잘 참지 못한다. 왜일까. 그건 그저 타인에게는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단순한 '체면'이 작용해서 일 테다. 하지만 사실은 타인에게 조차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후회했다. 더 잘 화낼걸. 더 잘 상대에게 상처 줄 걸. 나의 억울함을 더 잘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저 상대에게 충분히 분풀이를, 화풀이를 하지 못해서 일뿐이다.
그래.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충분한 화풀이를 하고 나면 상대는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충분한 분풀이를 하는 것으로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 나의 인성에 포커스를 두게 될 뿐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 잘못을 탓할 것은 그 상황이지 내가 아니다. 그 화살을 굳이 나에게로 가져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