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부림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칼부림에서 분명 연유되었을 이 단어는 먹기를 마치 무아지경으로 칼을 휘두르듯이 전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처절히 해치웠을 때 딱 써줘야 한다. 오늘은 완전 먹부림을 했다고.
원래 음식을 과히 소화시키는 능력도 없는지라 적당히, 좋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위장이 늘 탈이 나건만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큼 음식에 대한 절제가 불가능할 때는 없다. 방금 먹었고, 분명 배가 부르고, 저기 보이는 음식을, 혹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을 지금 먹어봤자 살만 찔 뿐 아니라 곧 속이 더부룩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나면 곧 토할 듯 후회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너무나 익숙한 그 모습이 눈앞에 선하지만 이미 손은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고 빵은 입속에 욱여넣은 뒤다.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건강한 방법은? 물론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찾아 없애는 것이다. 내 경우엔 주로 일을 끝내는 것, 해치우는 것 정도가 되겠지만 그게 쉬우면 왜 스트레스를 받겠냔 말이다. 그나마 나은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음.. 모든 것이 끝난 후의 뿌듯함과 개운함을 떠올리는 것? 혹은 "하(기만 하)면, (결국은) 끝난다"는 진리를 염불 외듯이 중얼거리는 것? 이 그나마 건강한 방법이 되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구구 크러스트 한통을 정말 홀로 온전히 다 먹어치울 뻔한 것을 중간에 견디다 못한 배가 탈 날 듯이 신호를 보낸 덕에 1/3쯤 남기고 간신히 뚜껑을 닫은 직후다. 이러지 말자. 먹고자 하는 것은 자학에 불과하니. 하면, 끝난다. 하고 나면, 뿌듯하고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