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양석형 교수의 엄마,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던 엄마가 드디어 이혼을 결심하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변호사와 아들과 대화하는 장면. 미혼인 변호사에게도 왜 결혼을 안 하냐며 결혼을 부추기자 아들이 묻는다. 그렇게 결혼을 하라고 하고 싶냐고. 분명 결혼과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머니가 안되어 보여 한 말일 게다.
그런데 그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도 자기는 양회장 만나 결혼한 거 후회 안 한다고. 그렇게 결혼을 안 했으면 석형이 같은 예쁜 아들이 없었을테니까. 이혼하고 혼자 5살 아들을 키우는 이익준 교수도 그런 대사를 한다. 익준을 걱정하느라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간 전부인을 욕하는 친구들에게 단호하게 결혼 안했었으면 우주(아들)는 없다고.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부모 자식 사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정작 부모 자식을 가능하게 한 결혼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남남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렇게 부질없는 부부 사이를 전제로 맺어지는 부모 자식 사이는 때로 부부 사이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부부 사이 따위가 부모 자식 사이에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다.
오랜만에 아들과 단 둘이 보낸 하루. 오히려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일까. 오늘 하루 우리 둘은 너무나 평안했고, 서로를 보살폈으며 사랑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아들은 엄마를 부르면서 그냥, 좋아서 불렀다 하고 엄마는 아들이 사랑스러워서 그저 사랑해한다. 아들과 엄마의 유대관계란.
이런 하루의 충전이 또 다가올 수많은 갈등의 나날을 버티게 해 주겠지. 어찌 되었거나 오늘은, 정말로 충분히 충전된 날. 감사한 날. 너무나 감사해서 머리로만 이해했던 드라마 속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