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이 병이 나면 한쪽이 꼭 티를 낸다.
영화 촬영에서 한 씬이 10분만 넘어가면 그 씬은 롱테이크 씬이라 부른다. 그러니 일반적인 씬은 단 10분의 길이도 안 되는 짧은 씬들을 무수히 많이 촬영하고, 편집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거다. 10분도 지속되지 않는 장면, 장면들이 모여 이루는 이야기라.
인생은, 일생은. 그리고 일상이 너무나 다채롭다. 회사에서, 집에서, 누구를 만나서, 어디를 가다가. 수많은 일들도 하나의 일을 기준으로 자르면 몇 분 단위로 잘릴까. 사유를 기준으로 하면 10분이 뭐냐. 10초에 한 번도 잘릴 게다. 이렇게 수만 가지 단상으로 이루어진 일상이 영화처럼 한 씬마다 툭 하고 잘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가 잘 풀리면 다른 일이 다 잘 풀리듯이 한쪽이 병이 나면 다른 모든 일에도 꼭 티가 난다. 오늘은 왠지, 이유 없이, 따위의 수식어를 붙여대지만 평소답지 않은 행동에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어딘가에 충격이 오면 멀쩡한 다른 일에 그 충격파가 지속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 너무나 당연하고 납득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너무나 버겁다. 모드 전환이라고 해야 하나. 입에 담기는 그렇게나 쉬운 공과 사를 구별하고 타인과 지인을 구분하는 예의는 나 말고 누군가에게는 늘 어렵지 않은 일인가? 그렇지 않겠지. 그러나 그런 불가능을 오늘은 간절히 바란다. 한쪽이 병이나도 다른 한쪽은 잘 유지해서 결국 멀쩡한 한쪽이 역으로 병이난 한쪽을 치유하길. 병이난 한쪽이 내 일상을 모두 망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