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입력하세요
오늘도 글을 쓰자니 하얀 모니터 화면 위에 옅은 글씨로 쓰여있는 말, '제목을 입력하세요'가 나를 반긴다. 휴우. 제목이라. 오늘은 또 무슨 제목을 써야 하나.
글쓰기만큼이나, 아니 글쓰기 보다도 어려운 것이 제목 쓰기이다. 제목 쓰기가 어려운 데에는 분명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좋은 제목'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저 일기라면 제목이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 제목은 글 내용만큼이나 중요해진다. 이미 이름난 작가라 어떤 제목을 써도 읽어주는 사람이 많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글들 중에 내 글이 타인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제목이다. 어떤 제목을 쓰느냐에 따라 그 글이 얼마나 읽히느냐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글이 명확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기를 쓸 때 제목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이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날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듯이 쓰는 글에 가장 맞는 제목은 말 그대로 그 날의 날짜다. 그것 말고는 그 글을 아울러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제목'을 뽑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내 글에 제목을 붙이기 어려운 이유는 사실 두 가지 모두이며, 특히 후자가 포함된다는 측면에서 스스로 반성한다. 글을 쓸 때, 사실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해서 쓴다기보다 일단 창을 연 다음에 생각을 구성하면서 글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까 매일 정확한 소재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선 '매일 쓰기'로 한 마감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일단 쓰고 보자는 의무감이 우선한다. 시간에 쫓겨 쓰는 글이 명확한 주제를 가지는 것은 매우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할까, 나에겐 아직 먼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늘 깨닫는다. 조금 더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해서 주제를 정하고, 우선 작은 개요라도 구상하고 글을 써야 간신히 읽힐 만한 주제와 고민을 가진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 매일 좋은 글을 써내고자 하는 마음은 욕심이라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일기처럼 쓰는 날도, 두서없는 글을 쓰는 날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자. 사실은 이것만으로도 현재는 벅차기도 하고, 습관을 만드는 노력 자체가 결국은 좋은 글을 쓰는 빈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도 할 테니. 글 쓰는 실력 또한 계단처럼 오를 테다. 언젠가 한걸음 위로 올라갈 수 있을 만큼 현재는 필요한 경험과 습관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시점의 나의 목표이고, 궁극적으로는 일상의 조각으로 좋은 글, 제목을 포함하여 누군가에게 공감과 연대의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글쓰기, 난해하고 더딘 유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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