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신청해버렸다. 한 달 글 쓰고는 두 번째 한 달도 못 채웠으면서,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덜컥, 365일 글쓰기를 시작해버렸다.
어느 때보다 바쁘고 무료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 네 가지 키워드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첫 번째는 '필요한 사람', 두 번째는 '주체적인 삶', 세 번째는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마지막은 '인내'. 각각의 키워드는 다른 시간, 다른 매체로부터 얻었지만 나에겐 그것이 모두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꼰대들로 가득 찬 세상에 삿대질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내가 먼저 세상에 '필요한 사람', 즉 실력 있는 사람이 되면 세상이 나를 먼저 찾을 것이라는 문장에서 와 닿았다. 그런데 어디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말인가? 키워드를 접한 맥락에서 처럼 의사 같은 전문직도 아닌 내가 세상의 어떤 분야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 추상적인 생각만 떠올랐다. 그런데 나머지 키워드를 접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감으로써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어느 논객의 다짐에 대한 공감은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계획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내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스스로 계획하여 열심히 함으로써 나의 쓸모와 필요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키워드들 간의 연결이자 완성된 문장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나는 무엇을 하면서 열정을 느끼고 기뻐하고,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가? 다양한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역시 '읽고 쓰는 것' 만큼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늘 수많은 고민과 과도하다 싶을 만큼 복잡한 생각 속에 사는 나는, 글을 쓰면서 - 사실은 거의 생각의 배설에 가깝다 -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하는데, 사실 이 과정이 늘 새롭고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 키워드가 등장한다. '인내'. 그 과정이 흥미롭다고 해서 읽고 쓰는 일이 마냥 쉽거나 놀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늘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들의 유혹을 이겨내야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막상 그 모든 유혹과 고통, 귀찮음을 극복하고 글을 써내는 순간, 그리고 그 글을 읽는 순간, 그 순간이 주는 소위 뿌듯함에 가까운 다양한 감정들은 하루하루를 새롭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그러니 해보는 것이다. 무려 365일. 일 년 동안 나는 나를 시험하고, 인내하고, 때로 좌절하겠지만 긍정하고, 대견해하며 이 글쓰기를 해나갈 것이다. 이 일 년이 끝나고 나면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자리할 '필요와 쓸모'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소망하며, 첫 글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