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시대, 멀티 페르소나로 살기

by 시선siseon

'부캐'의 시대.


아이돌 출신 예능인이자 방송인, 제주댁 이효리는 LA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 린다G로 분한다. 멀티 페르소나. 역할이 새롭게 주어졌지만 한층 더 자유로워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본캐에도, 부캐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역할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만을 최대로 즐길 뿐, 더 충실하겠다는 욕심도 더 완벽하겠다는 욕심도 없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새로운 일의 파도를 맞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 부캐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녀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강박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나 자신이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역할로 지내는 시간. 나는 어떤 모습의 부캐를 살아보고 싶을까. 아니, 어떤 부캐여야 집착하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일단 본업을 하긴 한다. 해온 것이 그것이고 잘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니 린다G가 여전히 춤추고 노래하는 것처럼, 일단 글은 쓴다. 그리고 이를테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필명으로 글을 쓰는 미스터리 작가다. 과거에 어쩌다 동화책을 한 권 냈는데 그게 대박을 쳐서 충분히 유명하고, 충분히 돈을 번 작가(그렇다. 최근에 한 드라마를 너무 몰입해서 봤다..ㅋ)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계속 동화를 쓰라 하고, 심지어 잘 쓰지만 정작 본인은 동화가 아닌 다른 것이 더 쓰고 싶다. 이를테면 인간 본성의 파괴성, 잔혹성을 논하는 잔인한 인생의 이야기나 섹스에 미쳐버린 호색한과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엘리트 여자의 이중생활 같은 거다. 주변에서는 그저 한물 간 동화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가장 인간성의 바닥을 들추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분출하는 필명뿐인 미스터리 작가.



저 한문단을 쓰는데 너무 신이 났음을 인정한다. 이 맛에 사람들은 소설을 쓰는 걸까.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은 그 삶을 살아가는 것, 혹은 그 삶을 훔쳐보는 역할로서 대리 만족을 느끼면서? 어느 쪽이든, 현실이 아닌 것은 아름답기만 하기에 충분하다. 부캐. 멀티 페르소나의 탈출구로 언젠가, 나도, 조만간, 곧! 뛰어들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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