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무서웠으면서,

인간관계의 공포

by 시선siseon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처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잠을 자야 했고 눈을 뜨면 어딘가로 가야 했으며 끊임없이 하루에 해야 할 일거리,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는 삶. 그런 삶에서 그녀는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녀가 의미를 찾는 것은 그 와중에 멍 때리는 순간순간들. 그녀의 눈에 비치던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면들. 특히나 사람이 없는 풍경만이 기억에 남았다. 나머지는.. 대다수 공포에 질린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무엇으로부터의 공포였을까. 가깝다고 생각하는, 아니, 친구라 부르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상. 항상 무리 짓고 살아야 하는 그런 생활. 그 모든 일상이 그녀를 공포에 떨게 했고 무기력하게 했으며 또 겁에 질리게 했다.


그녀는 그 스스로를 제법 사회성이 높다고 인지했다. 아니, 했었다. 마음만 먹으면 타인이 경계를 놓게 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으므로.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맺은 인간관계가 늘 오래도록 진실되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던 바, 그것은 일종의 얄팍한 생존본능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아니 모른다고 이제야 생각한다. 그리하여 깨닫건대, 그녀가 그러하다고 믿어온 세계와 그 세계에서 통용돼 왔던 방식은 어쩌면 어설픈 생존본능에 의해 존재해온 환상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 민낯을 보고자, 그녀에게 인간관계는 늘 어려웠고, 힘겨웠다고 조심스레 고백해본다. 그녀의 학창 시절이 마냥 아름답지 않았던 이유도, 새로운 환경이나 직장생활의 힘겨움도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인간관계에 대한 공포, 그 공포를 가리기 위한 쓸데없는 모난 모습들이 두드러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기에 생각건대, 이제는 좀 더 조심할 것. 살가운 눈웃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고 기대하며 인간관계에 자신감을 보이는 순간, 남는 것은 언제나처럼 어설픈 생존형 인간관계뿐이라는 것.


섣불리 다가가지 않을 것. 섣불리 마음 놓지 않을 것. 그런 방식은 사실은 가장 어렵고 두려워하는 것을 어렵지 않다고 항변하고 싶은 어설픈 생존 본능에 불과했다고, 공포에 질려있던 내 안의 나에게 말해본다. 괜찮다고. 이제는 괜스레 센 척, 인간관계가 아무 일도 아닌냥 무리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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