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욕심을 내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낸다고, 책을 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독립 출판 및 독립 서점이라는 유통 채널의 등장은 정말로 책을 내는 것이 쉬워질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사실, 기존의 유명 출판사 위주의 출판 시장에 비해 '독립'의 이름을 단 채널의 등장 후에 책을 내기 쉬워진 게 맞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대답은 아마도 '그렇다'일 것이다. "책을 낼 수 있는 정도의 글"에 대해 기존의 카르텔이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도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조차 자신이 책을 내고 싶은 "명확한 콘텐츠"와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나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얻는 단상의 확장으로 매일의 글쓰기를 갈음하는 내가 "책"이라는 것을 낼 수 있을까 했다. 정말로 책을 내게 된다면 주먹구구식의 일기가 아닌 단 한 권을 찍더라도 사전에 기획이 된 내용이 담긴 책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했다.
사실은 그 전의 경험도 한몫했다. 우연히 커피 한 잔 하면서 시작한 이야기가 한 달여에 걸친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졌을 때, 그 결과물을 무언가 인쇄된 형태로 남기기 위한 준비가 너무도 미흡했음을 모임이 해체되고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글쓰기의 시작, 반짝반짝했던 그 첫 시도를 아무런 마침표를 찍지도 못한 채 그저 흐지부지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하고 말았다. 너무나 아쉬웠다. 사전에 조금만 더 치밀하게 기획했더라면, 그리고 그것을 함께한 이들이 공감했었더라면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못했다.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사실은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기도, 부러운 눈길만 계속 보내던 일이기도 했으면서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하고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시작하고 난 뒤에도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라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평소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 부담감이 든답시고 글쓰기를 놓은지가 벌써 4일이 지나버렸다. 아, 이러다 정말 글을 한 자도 못쓰겠구나. 그래서 오늘은, 그냥 막 썼다. 이 마음을 털어놓고 이제는 편하게 글을 쓰리라. 사전에 기획한 글을 연달아 쓸 수 없다면 아직은 나의 글쓰기 깜냥이 그만큼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하던대로 하자. 단상의 확장으로 글을 쓰고, 일상의 악센트를 글로 남긴다. 다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