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이 온몸을 감싼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보통 나의 모드는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초사이언 모드, 그리고 또 하나는 비실비실 모드다. 초사이언 모드가 될 때가 있다. 소위 "마감 뽕"을 받아서 평소 하던 능력의 120%를 발휘하는 것이다. 지치지 않는다. 한 시간이면 지겨워 벌떡 일어나던 자리에 두 시간씩 앉아있고, 그렇게 마무리되어 가는 일을 보며 다시 또 뽕(?)을 받아 춤을 추듯 일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비실비실 모드다. 이건 기분의 문제라기보다 사실은 체력의 문제다. 우선 몸이 무겁다. 개중에서도 머리가 제일 무겁다. 지금보다도 더 힘이 빠지면 이 머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목이 뽀각, 90도로 꺾여버릴 것 같다. 팔다리 뼈가 마치 쇠파이프인 양 무거운데 거기 붙은 살들은 흐물흐물 공중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나의 존재 자체가 스멀스멀 녹아버리는 기분. 눈을 감으면 울렁증이 난다. 지독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 누워 온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은 멀미. 이쯤 되면 강박적으로 생리 주기를 체크한다. 호르몬 탓이라도 하고 싶어서.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 기어 나와 운전대를 잡은 노력이 무색하게 차 시동을 걸려니 울렁증과 어지럼증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잠시 앉아 쉬어보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 결국 멀리 가길 포기하고 가까운 곳으로 슬쩍 차를 옮겨본다. 그리고 커피. 커피를 찾아 헤맨다. 경계가 모호해진 몸 덩이에 카페인을 주사하라.
카페인의 힘을 빌어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오호.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몸이 일으키는 반응이 이렇게나 명확하게 느껴지다니. 얼른, 이 카페인의 기운이 가시기 전에 뭐라도 시작해본다. 어차피, 마감은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