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신경 쓰지 않고 노래를 듣고 싶었다. 한 밤중의 고요와 함께 해야 하니 조금은 단순한 음률과 좋은 음색으로 구성된 음악이면 좋겠다 싶었다. 이미 알고 있는 가수나 곡이 있으면 좋으련만 딱히 내가 가진 플레이리스트가 없다. 멜론을 켜고, 장르를 POP으로 설정한 뒤 이것저것 리스트를 들어본다. 5초. 딱 5초면 충분하다. 불과 서너 개의 리스트를 넘겼을 때, '힐링'이라는 멘트가 들어가 있는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하자마자 이거구나 했다. 잔잔한 선율을 타고 매력적인 음색이 들려온다. 굳이 해석하면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 이별곡이구나. 절절한 그 마음이 그대로 마음에 와 닿는다. 갑자기 마음이 찡해진다. 눈물이라도 울컥 쏟아질듯한 기분. 마음이 만져진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다. 그렇게 오늘도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차분히 걸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에 우산을 받쳐 들고, 정처 없이 걷는다. 옷깃을, 신발을 적시는 차가운 물방울들에 위축되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걸었고, 카페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추스른 자신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노래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방안을 서성인다. 무언가 특별한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다. 그저.. 평안하다. 평안함을 느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순간으로 다시 충전한다. 조금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면 달려볼까 싶다. 생각보다 40분 걷기가 좋았어서, 좀 달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린다.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다.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