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

by 시선siseon

글을 씁니다. 룰루루 랄라.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오랜만이라니, 디톡스가 필요한 시기가 왔구나 싶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유해'하고 '유독'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매 순간, 천만 가지쯤 만들 수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하고도 뻔한 핑계는 '적절한 기계가 없어서'이다. 나는 새 기계가 좋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욕구를 말하다 보니 요즘 욕구에 대한 생각들이 제법 화두였음이 떠오른다. '새로운 기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최근 내 깨달음들을 보면 분명 어떤 더 근본적인 선호가 있을 듯하다. 얼마 전에 갔던 한 사진전에서 기하학과 대칭을 나타낸 사진을 보면서 매우 기분이 안정되고 창의력, 즉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경험을 했다. 그 조차도 더 근본적인 이유에서 기인할 수 있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그래서 내가 '여의도를 좋아했구나'라는 사실이다.


나는 여의도가 좋았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그 빌딩 숲이 좋다고 했다. 그 빌딩 숲이 왜 좋은지 까지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부러운 건가? 정장 입고 출근하고 싶어? 하고 묻는 지인에게 그런가 보다 하고 대답해버렸다. 그런데 뜬금없이 사진전을 갔다가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아. 그래서 내가 여의도가 좋았구나. '빌딩 숲'이 이루는 대칭과 기하학적인 구성이 나에게는 안정감과 창의 감을 준다. 물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와는 무관하다. 혹은 그 완벽에 가까운 구도나 규칙성이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든 물체에 빛이 들어 만들어내는 절묘한 그림자. 사물과 빛, 그들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형상 간의 절묘한 균형. 그런 장면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듯하다.


영감이라니. 써놓고 보니 거창하다. 하지만 또 한 편 마음에 드는 군. 나에게 영감을 주는 어떤 것들을 발견하는 일이 좋지 않을 리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흙냄새 물씬나는, 여름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