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궁금하게 만든, 마음에 남는 드라마
스웨덴이라곤 이케아밖에 모르는 나 답게, 오늘은 굳이나 이케아가 가고 싶었다. 이미 현지화를 마친 이케아지만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기묘한 문화들이 너무나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던 나머지,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스웨덴 문화인 이케아라도 가야 이 허기가 채워질 것만 같았다.
'러브 앤 아나키'를 보게 된 건 그저 넷플릭스의 추천 때문이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볼 수 록 내가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내 환경, 내 문화에 물음표가, 갑자기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미묘한 균열을 일으켰다.
너무도 뻔한 클리쉐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클리쉐의 스토리 라인이 있다 한들 그 사이를 메꾸는 일상의 클리쉐가 없었다. 나이 차이, 혹은 경제적 차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없다. 직장 내에서의 위계질서가 없다. 딱히 정의를 이야기하지도, 권선징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료한 일상을 깨는 두 남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말고는 모두 새로웠다.
직장의 위계질서, 정해진 역할이 틀어지는 것에 호들갑 떨지 않는 문화. 정장을 입고 다니던 직장인이 갑작스레 빨간 바지와 락스타 머리를 하고 와도 '옷 새로 샀어?'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문화. 30년 배테랑과 30살쯤 어린 직원이 동등한 직급에서 토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수영장에서 갑자기 수영복을 벗어던져도 그저 장난스러운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문화.
이 모든 것은 뭐랄까, '경직되지 않은 문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늘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사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가지지 못한 자연스러움,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져 있는 그 모습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잘 드러나고, 나는 그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동시에, 나는 그런 시선을 가지지 않았는지를 떠올리며 반성했다. 내가 자연스럽고 싶은 만큼 남에게도 자연스러울 권리가 있거늘. 내 기준에서 판단하고 시니컬했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 러브 앤 아나키, 마음에 오래 남을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