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일, 365일 글쓰기 도전 후 정확하게 2년 만이다. 2019년 하반기에 나는 갑자기 전문가적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삶에서 글쓰기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우연히 한 달 매일 주어진 글감으로 에세이를 쓰는 프로그램을 발견했으며, 친구와 함께 충동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렇게 365일 도전으로 이어진 글쓰기는 내 삶을 글쓰기를 하기 전과 후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막상 매일 써야 할 때는 늘 막막했다. '제목을 입력하세요'가 적힌 새하얀 화면을 앞에 두고, 오늘은 어떤 글을 써야 하나 머릿속도 같이 새하얘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떤 날은 단상으로 글을 때우기도, 아예 쓰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어떤 날은 제법 마음에 드는 글을 쓰기도 했고, 나 자신을 우려먹는 것이 지겨워 대화체, 3인칭 시점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365일 중에 200여 일을 쓰면서 2020년의 나의 도전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는 그저 그만큼이라도 한 게 어디냐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변화를 발견한 것은 글쓰기가 끝난 후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글을 쓰면서 혼란한 나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조금씩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그 덕에 단단해졌음을 주위에서 알아볼 정도였다. 나 조차도 그 전이었으면 쉽게 견디지 못했을 환경 변화에 제법 무던히 잘 적응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나 자신의 변화를 체감했고, 매일 글쓰기의 효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쓰는 것뿐이었는데, 매일 글 좀 쓰는 게 뭐라고, 감히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준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2022년 1월 3일이다. 도전을 끝낸 지 1년 여 만에 다시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의 심정을 말하자면,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설렘 반, 이것도 마감이라고 매일 마감에 시달리던 쫄리던 그 마음이 다시 떠올라 부담감이 반이다. 하지만 지난 도전의 성과를 생각하면 부담감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 도전의 목표는 무엇일까. 쓰지 않았던 지난 1년 간의 삶 동안 다시 얻은 혼란함은 그저 목적과 목표를 생각할 새도 없이 나를 다시 글 쓰는 삶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래. 일단 써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저 살고, 혼란함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정돈하고 그래서 조금은 덜 괴롭게,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상이 목표라면 나에게 글쓰기는 그 길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매일의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헤집어 드러내 놓는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라, 반 강제적인 도전이 없다면 그새 나약해질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또 한 번, 이렇게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점에서 너무 많은 목표를 두지 않으려 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일단 시작하고 목표는 점차 새워가는 걸로. 그저 오늘은 시작했음에 의미를 두는 걸로. 이렇게 쓰는 처음만으로 벌써 마음속에 들어찬 안개가 반쯤은 걷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