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마음이 워낙 예민해서 몸은 그에 비하면 무딘 줄 알았는데, 요새는 마음보다도 더 예민한 것이 몸이 아닌가 싶다. 애써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여 놨더니 몸이 여기저기 탈이 나서 사실은 괜찮지 않음을 상기한다. 그래도 이렇게, 한바탕 제대로 앓고서야 겨우 한 시절을 보내나 싶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
생각보다 많이 주제넘었다. 오지랖 수준에서 그쳐야 했던 것을, 오지랖이 과해서 주제를 넘어버렸다. 요즘 육아계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오은영 박사님이 사랑이라 굳건히 믿는 희생이 아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하셨거늘. 마음씀을 가장한 오지랖 또한 결국 주제를 넘어 여기저기 상흔만 입히는 독이 되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결국 깨닫지 못했을 잘못. 나이스 하게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이제라도 물러났고, 물러나서야 잘못을 깨달았으니 결국 이렇게 된 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일이 된 듯하다. 그래, 이제라도 바로잡아진 것이라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만 남기기로 하자. 고맙고, 감사했다.
종지부를 하나 찍었으니, 새롭게 문장을 시작해야 한다. 마침 그러기에 너무 적절한 시기, 신년이 다가오고 있다. 신년의 다짐을 오래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시 믿을 바 못 되는 '의지'보다는 '돈 아까움'이 유용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의지를 돈 주고 살 곳을 찾아본다. 365일의 글쓰기를 365,000 원주고 했기에 평생 가장 많은 글을 썼던 한해를 떠올리며, 역시 돈 들여 글쓰기 할 곳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먼저다. 글쓰기만큼 친밀한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 어디 있으랴. 늘 혼란했던 나 자신과 분열하지 않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그렇게, 새해에는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한 순간 울컥울컥 슬프다가도, 또 한순간 울컥울컥 행복한 것이 삶 아닌가 싶다. 울컥하고 토해낸 슬픔 다음에는 벅차오르는 행복의 순간이 또 다가와 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