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그 사건 이후
티브이를 보다 보면 개발 도상국에 후원을 호소하는 광고들을 수없이 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내 아이가 더러운 물을 마시면 병에 걸릴 줄 뻔히 알지만, 그 물조차 마시지 못하면 목마름에 곧 숨을 거둘 것 같은 아이에게 오염된 물을 주는 부모의 모습이 나온다. 음식도 아니고, 심지어 물조차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의 삶이란 너무도 마음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후원 단체의 이름을 눈여겨보게 됐다.
옥스팜. 평소 좋아하던 이하늬 배우의 목소리로 조곤조곤 나오는 후원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바로 번호를 누를 뻔도 하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한 번 검색해본다. 이 단체는 어떤 단체일까 하면서. 그런데 단체 이름을 미쳐 다 입력하기도 전에 연관 검색어가 같이 떠오른다. 비리, 성범죄, 후원 해지. 아뿔싸.
알고 보니 옥스팜은 2011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현장소장 및 직원들이 구호 현장에서 구호물품을 인질로 성매매를 할 사실이 밝혀서 곤혹을 치른 이력이 있었다. 구호단체의 이중성. 잊힐만하면 어김없이 터지는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너무도 씁쓸해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이런 사건에 가장 화가 나는 이유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정말 선한 마음으로 활동하는 나머지 활동가들의 선의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이다. 옥스팜 또한 해당 사건으로 영국 정부로부터 받던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고 7000여 명의 후원 해지가 잇달았다 했다. 자신이 정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봉사자들에게 이런 사건은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까.
'벗겨진 가면', '이중성'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자신이 일하던 단체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가졌을 허탈감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다. 사람이 하는 일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에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들의 노력 또한 적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악의 또한 어김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저런 사건 후에도 봉사자들은 활동을 멈출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순간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이어지던 도움이 끊기는 것은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견딜 수 없는 슬픔일 테니, 어떻게든 그 도움을 이어가고자 할 것이다. 그 마음들이 모여 다시 또 구호단체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테다. 그러나 후원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행위에 자신의 후원금이 사용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조직 차원의 관리 소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후원 해지 밖에 없기에, 그렇게라도 분노를 표현하는 것 또한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옥스팜의 행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볼까 한다. 사건 발생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대충 둘러본 기사에도 개선 노력과 그럼에도 불구한 잡음들이 여전히 있어 보이지만, 조금 은 더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지. 그래서 아직도 남아있는 선한 이들의 노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곳이 되었다면,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건대, 후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