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좀 통통한 편이었다. 최대 몸무게가 고3 때였던 것 같은데 169cm, 63kg 정도였다. 꽤나 글래머러스한 편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통통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늘 통통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옷 사이즈 때문이었다. 55 사이즈의 옷이 맞지 않는 몸매. 66 사이즈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특히나 팔뚝이 드러나는 옷은 극도로 피했다. 상의 옷을 살 때 기준은 무조건 팔뚝을 잘 가리느냐 아니냐 였으니. 딱히 다리가 쭉 뻗은 편도 아니라 다리를 막 드러내지도 못했다. 그러니 팔뚝도 가리고, 다리도 가리고, 결국 뭐든 옷을 살 때는 얼마나 '잘 가려서', '날씬해 보이게 하는' 옷이냐가 기준이었다.
다이어트가 일상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덴마크 다이어트, 무슨 다이어트, 때때로 유행한다 싶은 다이어트는 모두 한 번씩 거쳐갔다. 그러나 원체 '단 것'과 '밀가루'를 좋아하는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한들, 유지는 요원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거짓말처럼 날씬해졌다. 그래 봤자 4,5kg이 적어진 건데, 중요한 건 유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여전히 단 것과 밀가루를 좋아하는 입맛엔 변함이 없다. 비결은 단 하나, 안 먹는 것이었다. 정말로 먹을 힘이 없었다. 학교든 회사든 집 밖에서 활동 중에 점심시간,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무언가를 먹던 규칙성 따위를 육아 중에 할 여력은 없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갓난쟁이 아가 입에 무언가가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고, 어떻게든 시간이 나면 우선순위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자는 것이었지 먹는 것이 될 수 없었다.
55 사이즈가 헐렁하게 잘 맞기 시작하니 옷을 살 때 편리하긴 했다. 딱히 오프라인 쇼핑을 할 짬이 없어 온라인으로 옷을 사도, 늘 '모델이 입고 있는 사이즈'를 사면 딱 맞았다. 그 정도가 기뻐서 나는 내가 음식에 얼마나 뒤틀려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먹을 기력이 없었던 것은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 까지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아침이면 유치원을 가고,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온다. 아이가 하원하는 4시 반까지, 나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물론 재택근무에 바쁘고, 비대면 회의가 화면으로 전화로 이어지지만 분명 먹을 시간이 있다. 그런데 먹지 않았다. 먹는 거라곤 커피와 먹기 위한 케이크, 쿠키 정도였을까. 그나마 아이가 남겨놓고 간 아침을 버리기 아까워서 좀 먹다가도 그렇게 음식을 먹는데 자괴감이 들어 그마저도 때려치웠다. 아예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그렇게 좋아하는 계란 스크램블을 하나 해 먹었었는데, 썩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 그러다 아이를 만나면 급 허기가 졌다. 그래서 5시쯤 이른 저녁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주변에서 묻기 시작했다. 왜 안 먹냐고. 회의든, 안부든 일반적인 식사시간이 되면 으레 사람들이 묻는 '밥은 먹었고?'에 안 먹었다 하면 다들 왜냐고 물었다. 그러면 나는 그저 '그냥'이라고 했다. 배가 안 고픈 건 아니지만 딱히 안 먹어도 괜찮아. 정도 대답으로는 주변을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