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내 몸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안 먹을까. 가장 쉬운 답은 '혼자서 뭘 먹는 게 싫어서'였다. 그럼 정말 그런가? 그러기엔 맛있는 걸 먹을 때 딱히 혼자 먹는다고 맛이 없거나 슬프거나 쓸쓸하진 않았다. 그럼 왜일까. 왜인지를 자꾸 물었다. 맛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먹고 나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과장하자면, 뭐 챙겨 먹었어? 하는 질문에 '아니, 지금 먹는 저녁이 첫 끼야'라고 대답하는 기분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왜? 왜일까.
그렇게 한참을 질문하고서야 깨달았다. 먹는 것은 곧 나에게 죄책감이었음을. 늘 통통하고, 20대 내내 다이어트가 화두였던 나에게 '안 먹는 것'은 곧, 잘하는 일이었다. 잘 먹는 것이 오히려 '통통한 주제에 오늘도 먹는'일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람들이랑 있을 때 함께 먹는 동안에는 그 죄책감의 기제가 발동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는 나만 먹는 것이 아니니까. 날씬한 너도, 표준 체형인 너도, 아니 누구라도 다 같이 먹는 시간에 나도 먹는 것이니 그럴 땐 굳이 죄책감까지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 먹는 것에는 작동할 방어 기제가 없는 거다. 안 먹으면 살 안 찌는데. 안 먹으면 날씬해지는데. 굳이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먹는 것은 왜지?
이제와 생각하건데 음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내 몸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영양소를 채우는 일이고, 내 몸의 에너지를 채워 내가 활기 있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건강한 음식을 때에 따라 넣어주는 것이 유한한 육신이 제기능을 오랜 기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 모든 과정 따위가 안중에도 없었다. 무언가 먹지 않으면 그저 날씬해지고, 날씬해지는 것이 내 몸에 걸칠 옷에 중요한 일이라, 그저 '통통하지 않은 몸'이 되는 것 만이 중요한 일이었다.
음식은, 내 몸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위한 것이지 않나. 그런데 '마른 몸'을 위해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불필요하고 나쁜 행위로 인식했던 과거의 나를 이제 새롭게 인식한다. 그동안 좋지 않은, 혹은 최소한의 음식만으로 나의 몸을 괴롭혀 왔던 과거는 청산해야지. 음식은 내 몸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내 몸이 제 기능을 오래 잘할 수 있게, 그래서 매일매일을 활기 있게 살 수 있게 하는 음식들로 내 몸을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