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속도를 맞춘다는 것

by 시선siseon

관계에서 속도를 맞춘다는 것에 관해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기질과 성향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 서로 맘 상하거나 다투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기질과 성향이 다른 사람이 다투는 일이야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잘 해결하기만 하면 사실 다툼은 오히려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다투고 난 후에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 진짜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성격이 불같고 쉽게 끓어오르지만 쉽게 식는 사람과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서 쉽게 화내지 않지만 한번 맘 상하면 오래 간직하는 사람은 싸우기도 잘 싸울 테다. 그러나 화해는 또 어찌할 것인가. 불같이 화를 낸 사람은 그만큼 금방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결하려 들겠지. 그러나 화를 참다가 낸 사람은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니 둘 사이의 해결이 쉬울 리 없다.


같은 기질의 사람끼리만 만나면 좀 쉬울까. 여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 힘든 나는 갈등상황에서 보통 먼저 마음을 낸다.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서 힘든 마음이라도 자꾸만 내보지만, 그 마음조차 상대에게는 강요로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또 노심초사한다. 마음에 쌓인 것이 있다면 터놓고 이야기해서 털어낼 수는 없나? 그런 노력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 상대는 너무나 답답하기만 하다. 속도의 문제일까. 속도의 문제인 것이 맞다면 기다려줘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문제는 그 기다리는 시간이 나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다툼에서 누구 한 사람만 잘못했을 리가 있나. 그런데 사건이 생겼을 때 바로 납득하고 털어버린 일은 오래가지 않는데 해결하지 않은 일은 깊게 상처로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기보다 점점 더 나를 찌르는 가시가 되어 돌이킬 수 없어진다. 스스로 그런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빨리 납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다고 상대가 나의 속도에 맞추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다툼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게 잘 다독이고, 그렇게 상대의 성향을 존중해주는 법을 자꾸 연습해보려 한다. 나의 성향에 발맞추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존중받았을 때 느껴지는 감사, 혹은 존중받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힘듬을 생각하며 서운하고 복잡한 마음을 달래 본다.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좀 더 평안하게 관계의 속도를 맞출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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