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굽이친다. 가볍게 만난 인연은, 짧아서 좋은 기억밖에 없는 인연은 다시 닿는 그 마음도 가볍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함께한 인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같이 겪어온 인연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쉬운 일도 어려운 일이 되고 어려운 일도 쉬운 일이 된다.
무거운 마음에는 인사조차 쉽지 않다. 다음에 봐요! 잘 지내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그 흔한 안부 인사조차 먼저 꺼내기 힘든 마음에 주저한다. 배려하고, 주저하는 마음들이 부딪혀 서로 가벼운 인사조차 한 마디 떼지 못하면 그 공백을 어느새 서먹함이 차지한다. 그렇게 너무나 가까웠던 사이가 멀어진다.
인연을 다시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인연들과의 관계가 결국 나의 삶 아닌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여 내 삶의 여정이 된다. 가벼운 인연을 씨실 삼아, 무거운 인연을 날실 삼아 하루하루 엮어가는 나의 삶은 어떤 무늬인지 가늠할 수 없이 짜내려 가는 카펫 같다. 하지만 너무 욕심낸 인연이 두텁게 툭 하니 튀어나오고, 너무 가벼이 여긴 소중한 인연이 끊어질 듯 가늘게 엮이니 곱디고운 무늬가 되긴 이미 텄다.
그래도 이리 엮든 저리 엮든 어떻게든 이어져 엮인 무늬에 너무 많은 굴곡이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쳐다만 봐도 눈물 나는 인연도, 흐려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연도 지나고 보면 다 한 뼘 무늬가 되겠지마는 겪어내는 그 순간만큼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으니,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답다는 소리 따위 섣부르게 내뱉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은 더 덤덤하게 오가는 인연을 대할 수 있기를. 너무 무거워서 떠나보내는 인연 없이, 너무 가벼워서 함부로 대한 인연 없이. 그저 한 뼘 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