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siseon Jan 18. 2022

감정의 이유

울컥, 금세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이를 혼자 보내고, 살을 에이는 칼바람을 뚫고, 일을 하러 카페에 왔다. 예전에 일하러 곧잘 왔던 곳인데 참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앉아보니 여기서 늘 주문을 하고 나면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서 그 루틴의 힘에 이끌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기분이 온몸을 휘감을 때 나는 이것들을 곧장 해석해 낼 능력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는 기분을 끌어안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늘 이렇게 감정이 앞서 일상을 지배할 때 이 감정을 이겨낼 능력이 없는 게 답답하다. 아니, 사실은 그냥 느껴도 되는데. 흘러갈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통제되지 않는, 그러니까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있는 이 상황 자체를 못 견디는 나는 빨리 원인을 알고 싶고 원인을 알아서 빨리 해소하고 싶은가 보다. 그래, 어쩌면 다양한 감정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걸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집착이 이런 괴로움을 부르는 것 인지 모른다.


어제 글을 쓰면서부터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이 기분도 참 오랜만이다. 숨을 의식하게 되는 거다. 몰아쉰다고 할까. 글을 쓰면서 숨을 나도 모르게 멈추고 있다. 참고 있다. 그래서 몰아서 허덕이듯, 토해내듯 쉰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되지 않는다. 그저 숨 좀 쉬는 것인데 그조차 이렇게 자꾸 의식이 되어 불편하다.


오랜만에 온 넓디넓은 카페에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갑자기 공간을 가득 울리는 절절한 발라드에 마음이 동화된 걸로 하자. 물론 일을 하러 온 스트레스가 적지 않겠지만 이것도 저것도 그냥 다 이유인 걸로 하자. 마음이, 감정이 1도 아니고 10의 강도로 휘몰아치는 순간이 오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걸로 하자. 뭐 대단한 이유가 꼭 필요한가. 지나간다. 지나간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주방에 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