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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Feb 05. 2022

아주 청춘이고만!

명절을 핑계로 며칠 글을 쉬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인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었을 때, 덤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숨쉬기처럼 쓰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글을 쓰거나, 잠시간의 시간이라도 나면 글쓰기를 가장 우선시할 텐데. 나는 치자면 시간이 남으면 글을 쓰는 거지. 글쓰기가 나에게 주는 위안과 정리의 효과를 논하기에 나의 글쓰기는 그래서 한참 게으르다. 


이 지점은  일상에서 어리석음의 패턴과도 같다. 뻔히 알고 있다. 글쓰기를 며칠씩 쉬면, 마음이 어질러진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하지 않은 하루를 넘기면서 이미 알고 있다. 아. 오늘 글을 안 썼네. 그럼 내일 좀 더 쌓일 텐데. 그렇게 쌓이고 마음이 어지러운 하루들엔 후회가 잦다. 선택의 연속인 일상에서 좋은 선택보다 좋지 않은 선택을 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다. 그러니 나에게 글쓰기는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위해 꼭 필요한 의식 중 하나다. 그리고 그걸 다 아는데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어리석음의 패턴이고. 


시행착오의 인생을 이쯤 살았으면 사실 모르지 않는다. 어떤 일이 나에게 하면 좋은 일인지, 하지 않으면 더 좋은 일인지. 하지만 순간의 감정과 충동이 아직도 그 모든 이성을 이기는 걸 보니 이건 뭐랄까. 나는 아직 '청춘'인가.  


청춘의 패기는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데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대뜸,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막 낸 나의 서류를 공무원은 매뉴얼에 따라 대차게 깠다. 아니, 사실 낼 때는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있었는데 막상 까이고 나니 반드시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 나 진짜 청춘이구나. 일단 하고 보는 거지 뭐.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피식피식 웃어대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기가 차지만, 그 단어가 가진 열정은 가지고 싶은가 보다. 나에게 좋은걸 하지 않고 감정과 충동을 따르는 게 청춘인가 해놓고선 역시나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일에 또 감정과 충동을 따르자며 청춘을 논하는 논리. 그냥 '청춘'이라는 단어가 가진 에너지 탓이라고 대충 얼버무려 보자. 일단, 사업자등록증부터 제대로 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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