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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Feb 17. 2022

'신념'이 있으십니까.

신념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확실하게, 굳게 믿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 신념이라는 것은 나에게 늘 무서움과 동경이 뒤섞인, 두려운 어떤 것이다. 그 이유는 한 가지다. 한번 가진 신념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 오랜 역사 속에서 위대한 행위도, 그리고 극악무도한 행위도 어쩌면 명분, 그러나 가장 깊게는 신념에 따라 이루어진 것들이 다반사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민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김구 선생과 자신의 행위가 결국에는 가난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철떡 같이 믿고 나라를 팔아넘긴 이완용을 움직인 것은 모두 굳건한 그들의 신념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신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경계한다 해도 자신만이 믿는 것, 옳고 그름의 기준이 생기는 것은 인간에게 기본적인 사회화의 과정이다. 대다수의 생각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상식을 배우고 그에 따라 인간들은 무리 짓기를 시도한다.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연대'와 '유대' 또한 하나의 공통된 신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굳이 공동체와 사회화를 운운하지 않아도 사실은 매 순간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상에서 소소한 것부터 인생을 결정짓는 것까지 그 모든 결정에는 분명 개인의 신념이 바탕이 된다.


어제, 딱 한 번 뵈었던 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고군분투하시다가 작고하셨다는 글을 접했다. 단 한 번 뵈었을 뿐인데 이 사실이 왜 이렇게나 마음에 남는지를 생각해보면, 역시 그분이 가졌던 신념 때문이다. 그분은 한 업계가 가진 관행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뒤엎기 위해 실제 자기 사업장을 자신의 신념대로 운영하셨던 한 사장님이었다. 스무 살 딸이 있다는 말에 너무나 깜짝 놀랐을 만큼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렇게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는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난 뒤에야 알게 되어 가슴이 너무나 먹먹하다. 그분은 아마도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고 계셨던 듯하다. 그래서 자신의 신념대로 업계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발자국은 꽤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분의 뜻이 세상을 조금은 바꾸는 모습을 보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라는 아쉬움에 자꾸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분이 싸웠던 거대한 기존의 업계 관행. 그저 따른다고, 혹은 조금 더 '폭리를 취하지 않는' 정도의 양심적인 운영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으셨던 걸까.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가진 논리들이 절대 적지 않을 텐데 그분은 그 모든 것에 분개하고, 철저히 까발리려 했다. 그분이 가진 신념은 무엇이었길래, 그렇게까지 험난한 길을 걸으실 수 있었던 걸까.


자신이 믿는 신념대로 살아간다는 . 결코 쉽지 않은 길인데 심지어  길의 끝에 후회가 없으리라 장담할  조차 없는 . 잘못된 신념이 가지는 해악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 그래서  두려움 또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 . 인간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무모하고, 또 때로 숭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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