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휘몰아친다.
분명 내리쬐는 햇살이 밝아 길을 나섰는데 어느새 몸을 움츠리게 된다. 느껴질 만큼 싸늘해진 공기는 햇볕의 따스함마저 무색하게 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한결 재촉해본다. 따스함을 찾아 종종걸음 쳐본다.
점차 떨어지는 기온에 밤도 아닌데 해조차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이내 눈이 내린다. 떨어지는 눈송이가 제법 굵은데 생각지도 못했던 눈을 한참 바라보자니 어안이 벙벙하다. 우와, 눈이다. 가 아니라 어안이 벙벙한 이유는 눈송이가 주는 느낌이 평소 같지 않아서다. 저렇게 굵은 눈송이는 사분사분 내리기 마련인데,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송이들이 오갈 데 없이 흩날린다. 진눈깨비도 아니고, 마구 쏟아지는 폭설도 아닌데 드문드문한 눈송이가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마냥 가로 비행을 하는 모습은 눈 오는 풍경을 낯설게 한다.
그렇게 바람이 분다. 뉴스에서는 지구 건너편에서 폭설과 바람으로 인해 100중 추돌사고가 났다고 하고, 시속 196km의 슈퍼 폭풍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고도 한다. 윙윙 바람소리가 아파트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날이면 잠을 잘 못 주무신 다던 엄마 생각이 난다. 바람을 무서워하는 습성은 그때부터였나 보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눈송이도, 사람도 무엇이든 다 쓸어갈 바람은 모두 원인이 있을 것만 같다. 아픈 지구가 보내는 신호는 아닐지,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든다. 재난영화에서 볼 법한 상황이 곧 현실에 닥칠 것만 같은 불안감. 그저 나의 잔걱정이길, 바라본다. 휘몰아치는 바람도 불안한 마음도 잔잔해 지기를, 잠잠해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