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다양한 이유중에 '이기심'을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그렇다. 가까운 사람이 '아프면', 상냥해지기는 커녕 불뚝불뚝 화를 낸다. 거봐라. 무리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무심히 툭 말을 던지기도 하고, 약을 챙겨주는 손길도 마냥 곱지 않다. 이건 마치 만취해서 들어온 신랑을 보고 '많이 취했네~ 힘들겠다'가 아니라 왜 이렇게 술을 많이먹었냐고 화를 잔뜩 내는 것과 같다. 분명 뿌리는 '걱정'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일 텐데 표현에 살가움 따위 없이 속상하고 화난 마음만 한가득이다.
왜 그럴까.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내가 아플때 당연히 상냥한 말투, 걱정스런 눈빛, 챙겨주는 다정함이 너무나 그립고 고마울 텐데 정작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도 없지 않겠지만, 퉁명함은 그것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기심을 생각한다. '상대방이 괜찮아서 나에게 걱정거리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런 이기심 때문은 아닐까. 오롯이 나의 관점이다. 상대가 왜 아픈지, 지금 어떠한지, 왜 그런지가 아니라 내가 '안녕'하고 '무탈한' 상대를 보고싶은 마음. 심지어 무탈한 상대와 무엇을 하고싶었던 나의 계획이 틀어짐에서 오는 속상함은 아닌가. 가까운 사람일 수록 상대의 생각과 무관하게 나의 의지대로 상대와의 관계를, 일상을 맺고싶은 이기심이 발동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나의 이기심이 태도가 되지 않기를. 이기심에 끄달려서 나의 평정과 상대의 평정을 빼앗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