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siseon Feb 21. 2022

소설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 


소설을 쓴다는 일은 뭐랄까, 나에게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영역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어떤 인물과 주변 인물 들 간의 단편적인 관계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지 그 이상을 만들어 내는 일은 다른 종류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랄까. 


그런데 저 문장. 오늘 우연히 집어 든 책,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에서 만난 저 문장이 마음을 묘하게 흥분시켰다. 나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의 섬세한 묘사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동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너무나 예의 바르고 차근차근한 말투에 자꾸만 읽기를 포기하게 되는 거다. 역시나 오늘도 그러한 조근조근함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저 문장이 나왔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그럼 소설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쓰는 것인가? 


"기차에 앉아 있는 한 중년 여성 노인이 있다. 옷차림, 풍기는 분위기 등이 심상치 않은 이 부인의 이름은 브라운 부인이다. 그런데 마주 보고 앉은 또 다른 사회 계급에 속한 한 중년 남성 노인과 브라운 부인 간에는 불편하고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것이 버니지아 울프가 제시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해 3부작의 소설을 쓰려했다고 했다. 물론 이야기 전개가 얼마나 참신하고 인과성이 있는지, 표현하는 방식은 어떠한지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울프에 따르면, 그 모든 것은 인물을 통해서 보여야 하고 인물이 가지는 진실성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브라운 부인은 무한한 가능성과 엄청난 다양함을 지닌 노부인이라고. 어떤 옷도 입을 수 있고, 어떤 말도 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일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하는 거죠. 당연하게도 브라운 부인은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시대의 기운, 삶 그 자체 이니까요." - 버지니아 울프,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 중


독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인물로서 독자들과 주인공을 유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그 '인물'을 진실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 위에 궁극적으로 함께 탄생시키는 한 인물. 그리고 그러한 인물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 충분히 글을 쓰는 것이 소설이었던가. 


오늘은 버지니아 울프, 그녀 덕에 새로운 접근법을 하나 알게 되었구나. 

작가의 이전글 이기심이 태도가 되지 않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