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글이지만 일기가 아닌 '주제가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조금 더 정돈된 형태의 '글'이면 좋지 않을까 했다. 사실 그렇다 해도 일상의 감정 찌꺼기들을 해소하는 방책으로써 글쓰기를 이용하는 경향이 적지 않은데, 너무나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하소연이 되어버리는 듯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 파먹기는 이미 충분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미션을 가지니 글을 쓰기가 더 어려워져 버렸나 보다. 글을 쓰겠다고 두 시간째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으면서 결국 마감을 넘겼다. 사실 요 며칠의 일상은 너무나 큰 사건이 지배하고 있었다. 코로나. 갑작스레 찾아온 어마어마한 병마가 일상을 모두 흔들어놓았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걸 생각할 새도 없었다. 그렇게나 '감기'처럼 그냥 지나간다는데 태어나 이렇게 아픈 감기몸살을 나는 겪어본 적이 없다.
약을 먹어도 고통의 절반이 약 한두 시간만 간신히 덜어지는 정도. 두 시간 간격으로 약을 계속 먹을 수 없으니 6시간 간격까지 버텨보자면 남은 4시간은 진짜 생으로 모든 고통을 겪어내는 기분이었다. 어마어마한 두통. 정말 앓는 소리가 절로 나는 극심한 근육통. 40도 가까운 고열. 그냥 이 세 가지 만으로도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을 만큼 아팠다. 그 와중에 아이가 이 고통을 나에게로부터 받아가게 될까 봐 너무나 무서웠고, 그래서 엄마를 찾아오는 아이를 떨어뜨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말을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월요일에 병원을 갔더니 신속항원 검사에만 2시간 대기, 결과 나오는데 까지 20분 대기, 양성 판정을 받고 PCR 검사 대기까지 또 30분, 거의 세 시간을 병원에서 대기하는 것은 정말 극한의 고통 체험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병원에서 처방해준 제조약을 먹고 났더니 약효가 조금은 세고, 조금은 더 길게 가게 된 것이 소득이었달까.
그래도 사흘째인 오늘은 첫날, 둘째 날에 비하면 열도 내리고 훨씬 살 것 같다. 물론 이제까진 안 하던 기침 가래가 시작되어 한번 기침을 시작하면 가래가 기도를 막아 숨을 못 쉬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고서야 간신히 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고 났더니 가래가 온통 목을 긁어 목과 코가 너무 따갑기도 하고. 그러나 그 와중에 또 아이러니한 것은 고열에 시달리던 첫날과 둘째 날에는 오히려 글을 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아팠고, 그래서 오롯이 혼자 그 모든 고통을 앓았지만 머릿속이 멈춘 것은 아니었으니. 오히려 뭐든지 집중할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오한에 손을 덜덜 떨면서도 글을 썼다. 그런데 오히려 조금 살만 하니 머릿속이 또 일상의 자잘함들로 채워졌고, 아직도 남은 증상들이 더해져 오히려 글에 대한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일기가 아닌 글을 쓸만한 사유가 없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지난 이틀은 너무 아팠기 때문에 오히려 글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래서 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
그러나저러나 오랜만에 몸이 내는 소리를 오롯이 듣는다. 첫날, 코로나가 아닌데 감기몸살이 이렇게나 죽을 만큼 아파진 거면 이것도 늙어서 그런 거냐고 헛소리를 해대는 날 보고 기가 차 하던 언니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어쩌든, 면역력이 약해지니 역병도 무사히 지나가지 못한 것이겠지. 몸의 소리를 더욱 집중해 들으며 살아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