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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Mar 07. 2022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요즘, 길을 나서면 도로가 시끌벅적하다. '유세 차량'이 내뿜는 소리가 대로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교차로 곳곳에 지역의 공약을 내건 후보들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어느 때보다 정치 뉴스가 주목받는 시기, 선거철이다. 


선거철이 되면 늘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있다. 의지. 인간이 가진 의지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인가. 공식 선거기간이 되면 각 후보들의 유세 일정은 정말 '홍길동'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땅덩어리 좁은 나라답게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와 강원도, 경기도를 번갈아 아우르는 후보들의 유세 일정을 보다 보면 절로 그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진다. 공식 선거기간 22일. 약 3주간의 시간 동안 한 군데라도 더 많은 곳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살인적인 스케줄로 이어지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선거 결과에서 웃는 자는 단 한 사람이다. 올 오어 낫싱. 당선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단 한 명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자는 오직 한 명이니 죽을힘을 다 하지만 그 결과로 5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의 권한을 가지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가질 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가질 수 있는 권력의 크기가 큰 만큼 잃을 것이 큰 선거. 이러한 상황이 인간을 끝 간 데 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후보는 한 사람인데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하는 이는 수백 명이다. 그 수백 명의 노력과 바람을 등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후보에게 아프거나 지칠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공인.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공적인 일을 하는 그들의 뒤에는 늘 얼굴이 알려지지 않지만 그들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있다. 그 모든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짓누르는 무게를 매 순간 버텨내는 것은 그 또한 인간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늘 시험하는 일일 테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선거판을 보는 마음이 복잡한 것을 모든 이의 '의지'로 이해해 본다.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 전에 의지의 발현으로 이해해 보는 것. 유난히도 누구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전 보다 선거 후가 더욱 걱정되는 이번 선거다. 갈등이 통합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 존중과 균형이 가당키는 할지 현재의 상황은 캄캄하기만 하지만 그 또한 아침이 밝기 전의 어둠이기를. 혼란의 시기가 오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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