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세 시간도 못 잤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을 만큼 정신이 또렷하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결과에 가장 뼈아픈 이는 낙선자 본인일까? 아니라고 본다. 사실상 낙선자 본인은 본인의 업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려웠던 시절이라 하나, 그리고 본인 스스로 소위 '커터칼'을 휘두르던 시절이라고는 하나 너무나 좁은 폭으로 걸어왔다. 주어진 상황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선택을 하고 살아왔을 그 이지만 한 나라를 이끄는 자가 되기에는 그 발자취가 근시안적이었던 것도, 부족함이 분명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아쉬움. 자신의 과오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 순간 그가 느낄 회한은 결국 그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한 번은 겪고 지나가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 후보를 잃은 우리가 마주한 것이 윤후보다. 가장 뼈아픈 이들은 윤 후보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바로 우리들이다. 정권 심판의 논리, 사실 인정할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정책의 실패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여당 인사들의 실망스러운 행보들이 밝혀져 내로남불의 비난을 받은 것도, 지지자들 조차 분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윤이라니. 아무리 당을 보고 뽑는다지만 윤이라니. 각종 봐주기 수사, 가족의 비리까지를 자신의 권력으로 철저히 무마시키는 가장 개혁이 필요한 검찰 세력의 표본인 윤이라니. 이 후보가 아무리 부족했던들, 윤 후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의 권력을 무엇을 하는데 썼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의 부족은 근시안적인 언행의 품격, 조금 더 큰 그릇을 가지지 못했던 인격적인 부족함이었지, 적어도 자신의 권력을 사리사욕을 챙기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실은 아니지 않았느냔 말이다.
가장 큰 권력을 다루는 자리, 대통령이다. 유시민의 말마따나 윤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앞으로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기적을 이제는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 시작은 자신의 처가 비리에 대한 엄격 조사여야 할 것이고, 부산저축은행 사태 담당 검사로서 사건을 무마한 것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