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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Apr 03. 2022

고척돔, 실내 야구장이라니!

사직구장 그립고나

몽롱하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안쉬었는데 어제는 하루 쉬었다. 예상치 못한 일정이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몸이 너무나 피곤해서.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목요일 밤 12시가 넘어서 무리해서 운동을 했던 탓이다. 50분 근력운동. 유튜브를 보며 따라 했더니 땀이 줄줄 나고, 50분을 완주하고서 매우 뿌듯해하며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는데 사실은 상당히 무리였나 보다. 온몸을 다 써댔더니 특정 근육이 뭉친 게 아니라서 인지를 못했던 듯. 그냥 온몸이 다 힘들었던게지.


운동을 시작한   달여.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정말로 근육이 단단해졌다는 거다. 사실 그동안 딱히 운동을  적은 없지만 인바디를 하면 근육량이  표준치로 나왔더랬다. 누군가는 '근수저'라며 부러워했지만 사실 나는 태어나 딱히 '여리여리' 하거나 '호리호리' 해본 적이 없어 근육 없는 예쁜 몸이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달째 해보니 인바디상 완벽하다던 근육량은 그저  근육이 아니었나 싶다. 운동을 하고서야 정말로 단단해진 , 몸에 있는 근육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덕에 여리여리와는 점점  멀어졌다는 슬픈 현실이 있지만 태어나 처음 만져보는 단단한 근육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 살아야지. 이제는 예쁜 것보다 건강하고, 탄탄한 것이  중요한 나이니까. 인정하구요.


그리고 오늘은 충동적으로 야구장엘 다녀왔다. 분명 인천대공원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였는데 이정표에 '문학' 보인 순간 신랑은 . 오늘 프로야구 개막인데!  외쳤다. 그리고  질문. 그래서 롯데 경기는 어디야? 나는 그럼 누구 경기든 야구장이나 가볼까 생각했으나 부산 사나이님에게는 롯데 경기만이 중요하니께. 그런데 검색해보니 웬일. 롯데가 개막전을 집에서 20 거리에 있는 고척돔에서 하네. 신랑은 미련 없이 운전대를 돌렸다. 가는 20 동안 나는 유일하게 남은 원정팀 자리인 무려 '4' 지정석을 예매하고. 어찌  일인지 차에는 맥주도 실려있네.


그리고 고척돔 도착. 태어나 야구장이라곤 주로 사직밖에 안 가본 나에게 무려 '실내'야구장이란 상상이 불가한 곳이었으니. 자꾸만 아이의 모자를 챙기고 날씨를 걱정하는 내게 신랑은 '실내입니다'를 다섯 번쯤 말해야 했다. 그리고 들어서는 순간, 에잉. 자고로 야구장이란 탁 트인 널따랗고 밝은 뷰가 아니었습니까? 분명 오후 2시 경기인데 실내의 침침함이란. 뭐가 이렇게 침침하고 쪼끄마하냐고 놀라는 내게 신랑은 그 정도는 아니라며.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사직을 가본 지도 어쩌면 10년이 다돼가는지 모르니 그저 기억이 미화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곧, 실내고 어둡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졌다. 키움이 먼저 1점 점수를 냈으나 다음회에 롯데가 바로 2점을 내면서 역전, 뒤이어 8회에 무려 5점을 내면서 롯데가 7대 2로 키움에게 대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역시 롯데 팬들의 응원 열기란. 처음엔 '원정경기 응원'자체를 처음 해봐서 사직의 빵빵한 응원 사운드가 없는 경기장이 너무도 어색했더랬다.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릴수록 롯데 팬들 특유의 열정이 불타올라 8회쯤 되니 어디선가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오히려 경기 내내 키움의 사직 대비 소심한(?) 응원이 짠해 보일 정도. 크흑. 그러고 보니 사직도 부산갈매기는 더 이상 못 튼다던 비보를 언젠가 들은 듯도 하지만, 그 거대한 파도타기나 주황색 비닐봉지나 여하튼, 문득 떠올려보니 제법 그립고나.


얼마만인지 모를 오랜만의 야구장 나들이에 새로 시작한 운동 루틴까지 몸은 노곤하지 그지없지만 기분은 몽롱하니 좋구나. 바야흐로 역병도 일상화되고 무엇보다 봄, 봄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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