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쓸쓸함. 가을은 왜 쓸쓸할까. 우선 온도. 적당히 쌀쌀한 온도는 충분히 포근한 담요를 덮기엔 과하고, 그래서 그보다는 얇은 무언가를 덮어서는 포근함이 부족하다. 그리고 또 하나. 창밖의 속절없이 떨어지는 나뭇잎 풍경. 이미 다 잃어버린 앙상한 겨울의 가지는 이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함, 그리고 그 이후에 새롭게 피어날 새순에 대한 기대를 조금은 곁들인다. 그러나 인도를 덮을 만큼 떨어진 나뭇잎들이 무색하게 아직도 하염없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나뭇잎들. 그 풍성한 잎들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뭐랄까, 상실의 감각에 더 닿아있다.
무언가 상실해가고 있는 대상을 자꾸만 마주하지만 이를 상쇄해 줄만큼의 충분한 포근함이 없는 상태. 나에게 가을의 쓸쓸함은 이렇게 정의된다.